우리나라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2외국어’ 교육 과정에서 일본어 선호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 해법을 놓고 일본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려는 외교관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 외교관들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외교원이 개설한 제2외국어 강의 수강신청생 현황을 14일 보면, 올해 제2외국어 수강을 신청한 외교관 231명 중 가장 많은 77명(33.3%)이 일본어를 선택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이어 중국어(45명·19.5%), 스페인어(39명·16.9%), 프랑스어(36명·15.6%) 차례였다.
일본어 수강을 신청한 외교관의 비중은 2019년 18.9%에서, 2020년 21.9%, 2021년 24.8%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고 일본이 2019년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로 보복에 나선 시기에도 외교관들의 일본어 선호가 이어진 것이다. 반면 일본어와 비슷한 선호를 보였던 중국어 수업은 2019년 19.9%, 2020년 16.4%, 2021년 20.3%, 올해는 19.5%로 큰 변화가 없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일본어 수업의 인기가 많아진 것을 두고 젊은 외교관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일본은 특히 한국과 가깝고 시차가 없는 데다 음식·주거·의료 등 생활 여건도 좋다 보니 선호하는 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어 공부가 다른 제2외국어에 비해 수월하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외교부 공무원이 외국 근무를 지원하려면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출제하는 제2외국어 어학시험에서 5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외교 언어’로 불리는 프랑스어 수강 신청이 저조한 건 서아프리카 등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열악한 정주 여건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어 능통자조차 이를 내세우지 않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관 근무를 희망할 때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일본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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