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브리핑 중인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경제·북핵 위기 등 대통령실이 대응해야 할 현안이 늘고 있지만 발 빠른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인선 전 대변인이 지난달 7일 해외홍보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12일까지 36일째 공백 상태다. “적임자를 찾고 있고, 후임 인선을 늦지 않게 진행하겠다”는 게 대통령실 공식 입장이지만, 인선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국정홍보까지 겸임하며 언론 대응에도 능숙한 후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뾰족수가 나오기 전까지 한동안 ‘김은혜 홍보수석-이재명 부대변인’ 분담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발표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든지, 안 되면 내부 승진 인사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 또한 “김은혜 수석 카드가 아직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며 대행 체제에 힘을 실었다.
과거 청와대에서도 대변인 공백기가 한달 넘게 지속된 시기는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김행 대변인이 2013년 12월31일 사퇴한 뒤 두달이 지나서야 민경욱 <한국방송>(KBS) 문화부장이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의겸 대변인이 2019년 3월 물러나자 약 한달 뒤 고민정 부대변인이 승진 기용됐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주요 국정현안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설화와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돌발 변수가 끊이질 않아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 때도 대통령실 대변인은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13시간 뒤 늑장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선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을 두고 야당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변인 공석으로 이전보다 대변인실의 대면 브리핑 횟수가 줄어들어 현안 관련 질의응답 기회도 줄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소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워낙 이슈가 많아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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