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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잠든 너의 관 에스코트한 경찰, 이태원서 그렇게 해줬다면…”

등록 2022-11-11 15:48수정 2022-11-11 21:57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어머니 손편지 공개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던 내 보물 1호…”
고민정 최고위원,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서 대독
배우 고 이지한씨 어머니의 손편지. 더불어민주당 제공
배우 고 이지한씨 어머니의 손편지.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쓴 손편지가 공개됐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자기 자신보다는 부모를,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천사 지한이, 너를 어떻게 보내니”라며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고 이지한씨의 손편지를 대독했다. 고 최고위원은 “아마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이지한씨 어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주셨다. 한 글자도 가감없이 여러분께 읽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배우 고 이지한씨.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고 이지한씨.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사로 숨진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사로 숨진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편지에 “넌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잘 생겼더라. 뱃속에서 애가 잘 있나 만져보기까지 했다”며 “널 키울 때는 하도 순하고 착해서 이런 애는 20명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라고 썼다. 이어 “이번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을 하면서는 너무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지”라며 “드디어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라고 했다.

어머니는 “네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네 핸드폰을 껴안고 잠이 들 때 엄마는 뜨는 해가 무서워 심장이 벌렁벌렁거려”라며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며 네 침대방에 들어가면 내 손을 꼭 한번씩 잡던 내 보물 1호 너를 내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보낼 수가 있을까”라고 썼다. 어머니는 장례식 때를 떠올리며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너의 관을 실은 리무진을 에스코트할 때 이걸 고마워해야 하니”라며 “‘이런 에스코트를 이태원 그 골목에 해줬으면 죽을 때 에스코트는 받지 않았을텐데’라는 억울함이 들었어”라고 썼다.

어머니는 “너무 분하고 원통하구나”라며 “사랑한다, 존경한다, 보고싶다, 고생했다 아들아. 다시 볼 수는 없겠지”라고 쓰며 편지를 마쳤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편지를 읽으며 중간중간 울먹였고, 이재명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경청했다. 대독을 듣던 임오경 대변인과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 이지한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로 2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7년 <프로듀스101> 시즌2에 참가해 얼굴을 알렸고,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 출연해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이씨는 <문화방송>(MBC)의 드라마 ‘꼭두의 계절’로 지상파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아래는 편지 전문

지한아
넌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잘생겼더라
뱃속에서도 순해서 얘가 잘 있나 만져보기까지 했어

널 키울 때는 하도 순하고 착해서
이런 애는 20명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이번 ‘꼭두의 계절’ 촬영을 앞두고는 너무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지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식단 조절하느라 '엄마 이거 더 먹어도 될까?'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항상 마음이 아팠어

드디어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지금도 믿을 수가 없구나
네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네 핸드폰을 껴안고 잠이 들 때
엄마는 뜨는 해가 무서워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며 네 침대방에 들어가면
내 손을 꼭 한 번씩 잡던 내 보물 1호
너를 내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보낼 수가 있을까

발인 때 너를 사랑하는 수백 명의 지인들과 친구들과 형들을 보니
“우리 지한이가 이렇게 잘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더 억장이 무너지고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기가 싫어지더라

나도 죽는 법을 찾을까?
죽지 못하면 모든 걸 정리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처박혀 숨도 크게 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해가 뜨는 게 무섭고
배가 너무 고파 ‘내 입으로 혹시 밥이라도 들어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너를 떠나보내고 어찌 내가 살까 지한아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 부담될까 봐 내가 돈 벌어서 사면 된다고 말하던 지한이

지한이가 봉사활동도 다녔다는 걸 몰랐어
항상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더니…
그렇게 착한 일도 했었구나

자기 자신보다는 부모를,
자기보단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천사 지한이
너를 어떻게 보내니…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너의 관을 실은 리무진을 에스코트할 때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아님 ‘이런 에스코트를 이태원 그 골목에 해쥤으면 죽을 때 에스코트는 안 받았을 텐데’라는 억울함이 들었어

너무 분하고 원통하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존경한다 아들아
보고싶다 아들아
고생했다 아들아
다시 볼 수는 없겠니…

하느님 저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지한이를 돌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아들아
편하게 고통 없이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렴
엄마도 따라갈 테니까…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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