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경호처장이 대통령 경호업무에 투입된 군·경찰의 ‘지휘·감독권’을 갖는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면서 ‘경호를 명분으로 한 초헌법적 권한 확장’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법령 해석 주무부처인 법제처가 시행령 개정에 적극 관여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법제처가 오히려 왜곡된 법 해석으로 ‘시행령 통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경호처가 경호업무에 투입된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초유의 반헌법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호처장이 필요한 경우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는 헌법 82조를 거론하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군사에 관한 행위를 할 때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보증을 통해서 하도록 돼 있다. 경호처장이 경호상의 필요라고 해서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유신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활이냐”며 “반헌법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내용의 시행령은 모법인 ‘대통령경호법’을 벗어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처장의 지휘·감독권의 대상을 ‘경호처 소속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방부와 경찰청도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에 따른 검토의견에서 “경호처장은 국군조직법상 국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헌법·정부조직법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경호처는 논란이 일자 ‘경호처장의 군·경찰 지휘감독권 명시’는 “법제처가 만들어준 문구”라고 김회재 민주당 의원실에 보고했다. 경호처가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선 “경호구역에서 (대통령경호)법 제15조에 따라 배치된 인력·장비 등에 대한 운용을 ‘총괄’한다. 단, 그 구체적인 사항은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법제처와 논의 과정에서 ‘총괄’ ‘협의’ 대신 ‘지휘·감독’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법제처가 기존의 시행령 문구를 보더니 “조잡하다, 불필요한 문구가 많다”고 해서 “협의 하에 문구를 바꾼 것”이라는 게 김회재 의원실에 보고한 경호처의 설명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김회재 의원은 “모법의 위임한계를 넘어서는 시행령을 제한해야 할 법제처가 오히려 법 해석을 왜곡해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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