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기약이 없다.
대통령실은 23일 “윤 대통령이 2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등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만찬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대위원들이 참석하고,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배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동남아 순방 성과와 한-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담 등 외교 현안을 공유하는 한편, 2023년도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오찬은 지난 6월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용산 집무실 오찬 뒤 다섯달 만이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지난달 당선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취임 여달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전 사례와 견줘도 이례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7월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일대일 회동을 요구하며 불참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듬해 4월 문 대통령과 둘이 만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뒤인 2013년 7월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대표와 회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뒤인 2008년 5월,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조찬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거듭된 회담 요청에 응하지 않는 상태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대표와의 회동에 부정적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민생 앞에는 여야가 없다. 여야 대화에 대한 노력과 시도도 멈추지 않을 것”(고위 관계자)이라는 공식 태도를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잇달아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만날 까닭이 없으며 적절하지도 않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 만남을 갖는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민주당 의원 여럿이 참석하는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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