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 당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금융위원회가 국민의힘의 요구로 “야당의 경제·민생 발목잡기 법안”을 취합한 사실을 인정하며 ‘국회 입법 지원’을 위해 통상적인 자료요청에 응한 것이라 해명했다.
12일 금융위원회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를 보면, 금융위는 “지난 4일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이 금융위 기획과(기획조정관실) 국회 담당 직원에게 법안을 취합해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박광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의 요구로 내부적으로 “야당의 경제·민생 발목잡기 법안”을 취합하려 했다는 지난 10일
<한겨레>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다.
금융위는 법안 취합 지시가 소관 과에 전달됐을 뿐 아니라 실행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국회 입법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기획과에서는 이(‘야당의 경제·민생 발목잡기 법안’)를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생 법안 중 여야간 이견이 있는 등 쟁점법안으로 이해했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 내용을 사내 메신저를 이용해 소관 과에 전달·취합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융위 기획과는 국회 입법지원을 위해 여야 의원실, 상임 위원회 행정실, 여야 정책위 등의 자료요청을 지원해 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금융위에서 여당의 ‘정파적인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통상적인 ‘국회 입법 지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규 의원은 “(금융위의 법안 취합은) 여당을 일방적,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대놓고 위반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국회 입법 지원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행정부 전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 “공무원들이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지만 야당에 대한 공세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일까지 정부의 국정과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위반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공무원들을 야당 공격의 돌격대로 활용한 사례가 또 있는지 행정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파헤쳐, 범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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