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1994년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의 후속기관인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국제정책연구원 사무실. 이 시장이 ‘황제테니스’ 건으로 급히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긴급대책회의도 이곳에서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시정 전념’ 약속과 달라…각종 민원도 몰려
2002 선거캠프 일했던 간부도 함께 활동
2002 선거캠프 일했던 간부도 함께 활동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 중 시정에만 전념하겠다”던 말과 달리 비공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동문회 조직으로는 여러 민원을 들어온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또 이 시장 측근 인사들은 ‘황테 테니스’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이 개인 사무실에서 ‘대책회의’까지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영포빌딩 1층 국제정책연구원 사무실에서 다녀가는 모습이 <한겨레>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 시장은 전날인 18일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으며 19일엔 시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 시장 쪽 한 인사는 “(당일) 오전부터 서초동에서 (황제테니스 파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국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이 시장이 설립했으며,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장 출신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다.
취재진이 21일 오후 이 연구원을 방문했을 때,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연구원 2명과 전 한나라당 서울시지부 사무처장인 전영태씨가 일을 보고 있었다. 전씨는 애초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연구원이 활성화되면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근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살피려고 당분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전씨 등은 “이 시장과 연구원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이 시장이 급거 귀국한 다음날인 19일 이 사무실을 방문한 일이나, 대책회의를 연 사실도 부인했다. 대신 “이 시장이 건물 주인이라는 사실과 백 교수와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이 시장은 거의 온 적이 없고, 오더라도 건물 관리 차원에서 온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원 사정을 잘 아는 ㄱ·ㅇ씨 등은 “겉으로야 부인하지만 이 시장 개인 사무실로 쓰이며 ‘큰 꿈’을 돕는 곳”이라며 “이 시장한테 전달되기 바라는 여러 민원들이 이 곳으로 들어온다”고 털어놨다. 연구원 쪽은 <한겨레>가 사진 취재를 하러 30여분 뒤 찾아가자 문을 걸어 잠근 채 내부 취재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남산테니스장 운영 실태 등을 담은 문건이 이 시장의 고교동문회 조직과 인맥 등을 통해 이 시장의 최측근인 서울시 고위 간부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문서를 접수해 조사를 벌였던 국가청렴위원회 한 관계자는 “문건 작성자에 대한 조사 결과, ‘황제테니스’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기 10여일 전 한 테니스계 인사가 청렴위에 낸 문건과 같은 문건을 이 시장의 고교동문회 조직을 통해 서울시 쪽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문건엔 “간단한 보수공사에 수개월씩 소요된다며 테니스장을 몇달씩 폐쇄해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다”며 “폐쇄기간 서울시 고위 관계자들이 원할 때만 잠깐씩 문을 열어 배타적으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는 의혹이 높고, 시 소유 테니스장의 관리를 시체육회에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동문회 총무를 통해 사업가 ㅇ씨의 손을 거쳐 이 시장 쪽에 전달됐으나, 이 시장이나 시울시는 이를 묵살했다. 조혜정 이유주현 기자 zesty@hani.co.kr
이 문건은 동문회 총무를 통해 사업가 ㅇ씨의 손을 거쳐 이 시장 쪽에 전달됐으나, 이 시장이나 시울시는 이를 묵살했다. 조혜정 이유주현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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