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동영 리스트 맨위에 한명숙"
청 "단순 건의였을 뿐 큰 의미 없어"
청 "단순 건의였을 뿐 큰 의미 없어"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검토하게된 배경에는 정동영 의장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는 주장이 여권내에서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가진 이해찬 전 총리의 거취와 관련한 정 의장과의 단독면담에서 이미 차기 총리 구상이 어느정도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정 의장의 한 측근 의원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이 당시 청와대 면담때 가져간 차기 총리 리스트에 두명의 후보가 있었다"면서 "첫 머리에 한 의원이 올라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여성총리 구상은 이 전 총리의 사퇴불가피론이 나올 당시부터 여권 핵심부내에서 진지하게 검토된 것"이라면서 "당내에서라면 한 의원이, 당 밖에서라면 언론계의 중진인사가 추천대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의장 본인도 21일 전남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과 면담할 때 여성 총리도 (총리 후보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씀드렸고, 당내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한 총리 카드를 제시한 이유는 건국이후 첫 여성총리 탄생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성추행 파문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한 의원을 강력히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여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을 추진중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여성 총리가 등장할 경우, 여권내 여성 리더십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심은 노 대통령이 정 의장의 건의를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였느냐는 점이다. 당쪽에서는 `99%'라고 말한다. 이 전 총리의 사의 수용 결단과 마찬가지로 차기 총리 문제에서도 노 대통령은 당의 의견을 무게있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 측근 의원은 "정 의장 취임 이후 당.청간 `소통'은 어느때보다 막힘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당 중심'으로 여권이 움직여 갈 수 있도록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기류는 당과 사뭇 차이가 크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과 정 의장간 면담 과정에서 정 의장이 후임 총리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맞지만 대통령은 가타부타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임을 확정짓기 위한 의미있는 논의가 아니라, 단순히 여러 `건의'중 하나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후임총리 인선 착수 당시 노 대통령의 가장 큰 고려 사항은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김병준 정책실장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대야 관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야당의 반발이 적은 인물"쪽으로 생각을 정리해 가면서, 한 의원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게 됐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측간 인선과정에 대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정 의장이 직접 후임 총리를 천거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 전 총리의 퇴장 이후 공백을 정 의장이 급속히 메워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향후 당.청 관계, 여권내 역학관계가 어떠할 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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