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쪽과 신경전
고건 전 총리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전북지역 방문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23일 전주의 한 식당에서 강현욱 전북지사를 만날 계획이다. 강 지사는 열린우리당의 도지사 경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고, 곧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이날 전북지역을 방문한다.
열린우리당은 고 전 총리와 강 지사의 만남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전북도지사 선거관리위원장인 장영달 의원은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합의한 경선원칙에 불만을 제기하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전직 총리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며 “그런 (꼼)수를 쓰다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고 전 총리를 공격했다. 여기엔 지방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고 전 총리가 여당의 분란을 부채질하며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불만이 깔린 것 같다.
전북지사 경선은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의 ‘대리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강 지사는 고 전 총리와 같은 군산 출신으로, 1993년 신한국당 군산지구당을 고 전 총리로부터 인수받았다. 전북지사 경쟁자인 김완주 전 전주시장 역시 전주에 지역구를 뒀던 정 의장의 지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전북지역은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의 정치적 기반이 겹치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고건 전 총리 쪽의 김덕봉 공보특보는 “전북대 초청강연 길에 고향 후배이자, 내무관료로 수십년 인연을 다져온 강 지사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전주/박임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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