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흉악 범죄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의무경찰(의경) 재도입 적극 검토’를 내놨다가 하루 만에 물러섰다. 병역 자원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의경을 위험에 내몰려 한다는 여론이 빗발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24일 ‘의경 제도 재도입 검토 관련 설명자료’를 내어 “정부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흉악범죄 사건을 감안해,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 및 검토하고 있다. 현 경찰 인력 배치를 대폭 조정해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경찰의 최우선 업무를 치안 활동에 주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담화문에서 언급한 의무경찰 재도입 검토 건은 이러한 조치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면 폐지된 의무경찰 제도의 재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지난 23일 한덕수 총리가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에서 밝힌 내용과 달라진 것이다. 한 총리는 담화에서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담화 발표에 배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7500~8000명 정도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하고 협의하겠다. 대략 7~9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의무경찰제는 2017년 폐지가 결정됐고, 지난 5월 마지막 복무자들이 전역하면서 완전 폐지됐다. 한 총리의 담화 직후 ‘저출생 탓에 병역 자원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아닌 의경을 투입해 치안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군은 현재 병력 규모를 유지하려면 연 26만명이 필요한데, 2025년 기준으로 군 입대가 가능한 20살 이상 남성은 22만명에 불과해 4만명이 모자란다.
정부가 비판을 고려해 하루 만에 ‘필요하면 재도입 검토’라고 물러서긴 했지만, 병역 자원 운용 등에 관한 국방부 등 정부 내 의견 조율도 없이 중대한 정책 변경을 불쑥 내놓은 것을 두고 국정 혼선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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