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 이명원씨 22일부터 행방 묘연
사용료 대납 아마우개씨 20일 이후 집에도 안와
사용료 대납 아마우개씨 20일 이후 집에도 안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이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잠적해,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이 시장의 테니스를 주선한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이명원씨는 22일부터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 체육회 쪽은 이씨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시체육회 활동뿐 아니라 한나라당 옛 지구당 사무국장 출신 모임인 ‘한국회’ 등 이 시장을 위한 정치조직을 관리한 정황도 드러나 있다. 특히 시체육회 예산으로 ‘한국회’ 회식 비용을 낸 사실까지 밝혀진 상태다. 정치활동에 시체육회 예산을 대규모로 유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는 ‘잠적’으로 답하고 있다. 또 이씨는 지난해 12월27일 이 시장을 대신해 테니스장 사용료 600만원을 냈다. 이 때 이씨가 시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돈은 500만원뿐이었다. 100만원을 이 시장을 대신해 낸 것이다. 게다가 이씨는 테니스 모임의 일원이던 안아무개씨가 이보다 1주일 전 2천만원을 대납한 과정에도 깊이 간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테니스장 사용료 2천만원을 대납한 실업팀 선수 출신 안아무개씨도, ‘서울시 대변인’ 앞으로 해명자료를 보낸 20일 이후 귀가하지 않았다. 21일부터는 휴대전화도 꺼 놓은 상태다. 안씨는 돈을 대납한 이유를 “위탁운영자인 한국체육진흥회 쪽이 ‘이 시장이 테니스를 쳐 놓고 돈을 안낸 사실을 언론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해 너무 놀라 급히 돈을 마련했다”며 “주로 친 사람들이 선수들인데, 이 시장한테 누가 될까봐 내가 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안씨가 2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테니스 모임’의 구성원들의 갹출을 보장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뜻 혼자 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안씨의 경제적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적한 이씨 등과 달리 테니스모임을 처음 주선하기 시작한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은 언론과 접촉을 피하지 않고 있다. 여러 로비 의혹에도 반론과 해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되레 서울시 쪽에선 “이 시장이 (선씨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듣고 내쳤다”는 등의 말을 흘리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파문 초기부터 선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시의 이런 태도는 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이씨에 대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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