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파문
[공천헌금 파문]
“빙산의 일각” 다른 의원 2명도 수사중
고발투서…불복탈당…항의농성 얼룩
“빙산의 일각” 다른 의원 2명도 수사중
고발투서…불복탈당…항의농성 얼룩
김덕룡·박성범 의원에 대한 공천 비리 수사 의뢰를 계기로 그동안 잠복해 있던 한나라당 주변의 공천 비리 의혹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크 상자에 담은 거액의 달러지폐와 고가의 그림로비가 등장하는가 하면, 투서와 해코지가 난무하고, 농성과 탈당도 꼬리를 물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품수수 및 향응제공 의혹=김덕룡·박성범 의원 외에도 현역 의원 2명이 금품수수와 향응제공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구지검은 곽성문 의원(대구 중·남)이 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곽 의원의 측근에게 돈을 전달한 신아무개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곽 의원의 보좌관을 조사하기로 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을)도 시장 예비후보인 서아무개씨한테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희수 의원(경북 영천)은 친동생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120여명을 대상으로 평가 형식의 면담을 벌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은 시의원 3명에게 15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오근섭 경남 양산시장은 지난 2월 경남지역 의원 6명에게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그림을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자 지난 11일 탈당했다. 경기 의정부 지역의 한 시의원은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공천 희망자에게 2천만원을 받았다가 뒤늦게 돌려줬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홍 위원장도 지난 2일 의정부 지역 광역·기초의원 후보들과 식사한 것이 입길에 올랐다. 투서와 탈당, 농성 잇따라=허남식 부산시장 캠프의 노기태 선거대책위원장은 연제구 구의원 공천신청자들을 불러 ‘허 시장을 도우면 공천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 부산시당의 서면경고를 받았다. 경기도 한 지역의 김아무개 의원에 대해선 “보좌진과 일가친척 등을 무더기로 광역 및 기초의원 공모에 접수시켰다”는 내용의 익명의 투서가 당에 날아들었다. 곽성문 의원 사건도 애초 투서로 불거졌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2월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이 공천심사위원장을 겸임하는 데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박성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며 대구시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충북도당 당원들은 도당의 사무처장이 특정인 지지를 요구했다며 중앙당에 올라와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경남 양산시의원 8명 등 당원 4800여명도 13일 집단탈당을 선언했다. 이기재 노원구청장, 권영관 충북도의회 의장, 전대수 서울시의원, 대구 동구의원 6명도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다. 지난 3일엔 중앙당 사무처노조가 “마포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신영섭씨가 공천심사위원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임석규 성연철 기자 sky@hani.co.kr
‘네탓’-‘내탓’ 퇴장 두 모습
5·31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박성범 “음해만 믿고 이럴수 있나”
김덕룡 “잡음일으켜 부끄럽고 죄송” 공천헌금 파문의 두 당사자인 김덕룡·박성범 의원이 13일 한나라당을 ‘떠났다’. 다만 그 뒷모습은 적잖이 대조적이었다. “음해를 믿고 당이 고발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당을 떠나겠다.”(박성범 의원) “면목 없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김덕룡 의원) 박 의원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중구청장 공천 신청자 쪽에서 지난해 연말께 제게 줬다는 21만달러는 전혀 받은 사실이 없으며, 양주와 반코트 등 선물도 공천심사를 시작한 시점에 당 클린센터에 맡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나를) 중상모략하는 세력의 말만 믿고 고발한 사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오늘로 당을 떠나 의혹이 명쾌하게 규명된 뒤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이번 사태를 주도해 개인의 명예와 공인의 도덕성을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시킨 당 지도부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탈당계를 냈다. 반면, 김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공천 문제와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게 돼 죄송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경위야 어찌 되었든 끝까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짧지 않은 정치생활을 하며 자존심과 명예를 생명같이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러분과 하직하게 되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당적과 의원직 문제 그리고 정치적인 거취 등 모든 것을 조속한 시일 내에 스스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당에서 먼저 검찰에 수사요청을 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해 잠시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총장을 나서는 김 의원을 배웅했고, 몇몇 의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을 폐쇄했다. 두 사람의 이런 상반된 ‘퇴장’을 놓고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의원은 받은 돈을 즉각 돌려줬다고 주장하지만, 김 의원은 부인이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자정운동 과정”, “다른곳도 문제” 정치권 불끄고…불지피고…
한나라당 공천 관련 주요 사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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