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6자회담 한국쪽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17일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베이징/AFP 연합
■ 중국 방문 결과 설명 미 ‘대북 메시지’ 조율 촉각 “북한이 하루빨리 6자 회담에 돌아와야 한다는 데 중국과 의견을 같이했다.” 17일 오전 북핵 6자 회담의 미국 수석대표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내정자는 밤 9시49분께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중국 방문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힐 내정자는 이날 오후 6자 회담의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리자오싱 외교부장을 잇달아 만났다. 그는 “6자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유용한 토의였다”고 밝혔다. 힐 내정자는 또 “6자 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힐 내정자는 중국 쪽과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관심의 초점은 그가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유인책을 중국에 제시했느냐다. 그의 중국 방문이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을 통해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중국에 거는 미국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며 “힐 내정자가 중국의 진지한 노력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방문이 6자 회담의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의 중국행과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도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미묘한 구석이 있다. 또 힐 내정자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에 익숙한 외교관이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만약 그의 보따리에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들려 있었다면, 거기에는 미국이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에서 제시한 방안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가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회담장에 나온다면 그 틀 안에서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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