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꼬인 사학법 실타래
4월 임시국회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빠져든 이유는 복잡하다. 각 정당의 정체성 충돌, 5·31 지방선거, 여야 원내대표들의 역량 부족, 주요 정치인들의 개인적 이해득실, 각 정당의 내부 갈등 등 4~5개의 요인이 얽히고설켜 단단히 꼬여 있다.
사립학교 재단과 학교 소유주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열린우리당은 반대로 사립학교 재단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이 터전이다. 당연히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립학교법 교착 국면의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9일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지 알 수 없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국내 정당정치의 현주소가 반영돼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의 ‘고집’이 여전하다. 자기 나름의 ‘철학과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몇몇 의원들은 ‘합리적 중도 계층’을 포섭하기 위해 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고 있다. 박 대표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높은 지지율도 한나라당의 버팀목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계류 법안을 처리하지 않아도, 5·31 지방선거에서 전혀 잃을 게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인 것 같다.
좀더 흥미로운 것은, 이재오 원내대표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번 일을 ‘이재오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는 지난 1월12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등원론’을 내세워 당선됐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가 됐다. 현 지도부와 임기를 같이하기 때문에, 그의 임기는 사실상 5월2일까지다. 게다가 그는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당 안팎의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사립학교법과 다른 모든 민생법안을 연계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박근혜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관계’도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과거 ‘반박근혜’의 선봉이었다. 차기 대선 경쟁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가 이 원내대표의 앞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립학교법의 핵심 내용에 관한 ‘재량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열린우리당도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 임시국회는 5월2일까지인데 협상 노력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강경한 태도 뒤에는 당내 사정이 숨어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한때 ‘개방형 이사제’를 조금 손질하는 선에서 한나라당과 타협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재야파’ 및 ‘친노무현’ 성향의 의원들이 일제히 지도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당내 리더십을 잃을 위기 앞에서 협상의 여지는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게 된 것도 이런 당내 사정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2월 임시국회에 이어, ‘예측의 부재’, ‘전략의 부재’도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3·3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등 필수 민생법안의 처리를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과의 협력이 전제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인 태도이고,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듯 우왕좌왕하고, 당내에서는 그의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30일의 ‘산상회담’을 두고서도 불만이 많다. 한나라당이 당시 대책없는 장외투쟁을 하고 있어 그냥 두면 ‘무릎을 꿇릴’ 수 있었는데,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재논의’를 약속해 주는 바람에, 오늘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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