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 들어와 조서 베끼기도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지지단체들의 ‘과잉 애정’이 ‘공무집행방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밤부터 박 대표에게 상해를 입힌 지아무개(50)씨가 조사를 받던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던 지지단체 회원 50여명은, 다음날 저녁 6시40분께 경찰이 지씨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서울 서부지검으로 이송하려 하자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서 정문에 늘어서 호송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밖으로 걸어나오던 지씨를 향해 물병과 쓰레기 등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3시간 가량 지씨의 이송을 막고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이승구 합동수사본부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러면 자꾸 수사가 늦어진다. 내가 직접 여러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줄테니 지씨를 보내달라”고 설득한 다음에야 물러섰다. 이들은 밤 11시30분부터 40여분동안 이 본부장을 면담했으며, 이 본부장한테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새벽 1시께 발걸음을 돌렸다.
이들은 지씨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20일 밤에는 ‘공정한 수사 보장’을 명목으로 지씨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관계자 말고는 출입이 제한된 조사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조서까지 베껴 나와, 조사실에 아예 접근할 수 없었던 기자들 대신 ‘취재’를 하고 ‘브리핑’을 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서장이 참관을 허가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장이 참관을 허가한 것은 한나라당 쪽 변호사뿐이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법대로 따지면 명백한 불법시위와 공무집행방해”라며 “일일이 대처했다가는 문제만 더 커지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유신재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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