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 무죄는 다행”
방북 차질 우려 속 보석 등 기대도
방북 차질 우려 속 보석 등 기대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5일 최측근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법정구속에 대해 명시적인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교동’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께 박 전 장관의 법정구속 사실을 보고했으나,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면서도 “법정구속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동교동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을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2년 가까이 실형을 살고 지병이 있어 보석 상태인 분을 법정구속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교동의 이런 반응은 “고도의 통치행위인 남북관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법원이 “대북송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않고 진행해 국론분열을 초래한 점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박 전 장관을 법정구속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 쪽은 다만, 그동안 뇌물수수 논란이 거듭됐던 박 전 장관의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에 대해 시종일관 무죄를 확신하고 계셨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6월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할 핵심 인사로 꼽혀온 박 전 장관이 법정구속됨에 따라 방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 핵심 인사는 “아직 방북 계획에 변화는 없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대처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방북 전에 박 전 장관의 보석이나 형집행정지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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