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정계개편론 갈등 ‘1일 휴전’

“마지막 최선을”..선거직후 재연 불가피

`포스트 5.31' 정계개편론을 놓고 격한 파열음을 내던 열린우리당 내부의 갈등기류가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일단 가라앉은 분위기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집안싸움'에 골몰하는 모양새는 피하자는 공감대 속에서 계파와 그룹 가릴 것 없이 `선거 이후'에 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 퇴진론으로 당내 갈등의 불을 댕긴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 측도 더 이상의 말은 아끼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선거전까지는 특별한 정치적 입장 발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계파인 정동영계도 정계개편론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동영계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당이) 콩가루 집안은 아니지 않느냐"며 "누구라도 마지막까지 피땀을 짜내 한표라도 얻어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동영계 내에서는 김 최고위원측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은 듯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는 김두관" "김두관 역풍이 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 다른 계파인 김근태(金槿泰)계나 참여정치실천연대.의정연구센터 등 친노그룹들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 표정이다.

호남그룹을 대변하는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선거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하지는 말자"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일시적 휴전'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귀결되면 곧바로 선거책임론과 정계개편 방향을 놓고 계파간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데 당내에서도 별 이견이 없다.

친노그룹의 한 인사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시점상 적절치는 못했지만 단순한 돌출발언이 아니라 정체성 문제를 놓고 형성돼있는 당내의 일정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차피 노선투쟁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동영계의 한 관계자도 "지금은 폭풍전야의 고요"라며 "사상최악의 참패를 당한 여당이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라고 말하고 "다만 대안없는 책임론이 아니라 당의 진로와 미래를 생각하는 질서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두관 최고위원측의 `때이른' 문제제기가 오히려 선거후 내부논란의 `동력'을 다소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끝나고 해야할 얘기를 미리 해버려 `분탕질'을 쳐놨으니 누가 얘기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야파 출신 의원은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 다른 것보다도 당을 추스리는 문제가 주된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의장이 정계개편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놓고 친노그룹 내부의 입장차가 표출돼 주목된다.

대연합론이 친노직계 그룹의 이광재(李光宰) 전략기획위원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것.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올해초 전당대회대부터 제기해왔던 것"이라며 "본인 뿐만 아니라 김근태 최고위원도 다 제기했었다"고 말했다.

추후 대연합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친노그룹이 `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효동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