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세워도 2%대 지지율
정동영도 선거뒤 곤두박질 구심점 잃어
‘후보조차 못내는 정당될라’ 위기감 높아
정동영도 선거뒤 곤두박질 구심점 잃어
‘후보조차 못내는 정당될라’ 위기감 높아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방향성과 구심점을 잃은 채 허우적대는 배경엔 일차적으로 내년 대선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열린우리당이 대선 후보 자체를 배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에서 거론되는 대선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다. 그나마 선두를 달리던 정동영 전 의장은 한때 10%의 지지율을 웃돌았으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6%로 곤두박질쳤다. 여당 안에는 정 전 의장이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없는 한 사실상 여권의 대선 주자군에서 ‘낙마’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 역시 1년 넘도록 ‘부동의 2%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인기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가 정치입문 이후 처음으로 ‘당내 1인자’의 위치에 올라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 최고위원으로선 대선 주자로서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대선 후보군에서 영영 탈락하느냐의 시험대에 서는 셈이다.
이밖에 당내 잠재적 대선 주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로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시장으로 출마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정도가 꼽힌다. 강금실 가장 높은 지지율 천 장관은 그동안의 행보를 통해 확보한 정책적 선명성으로 지지층을 결집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교적 상처를 덜 받았고, 호남에 기반이 있다는 점도 당내 경쟁구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대중적 정치인으로서 그의 역량과 자질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천 장관은 행보를 고심하며 늦어도 올 하반기 안에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지난 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열린우리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그룹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개혁당 그룹과 함께 33.6%를 기록해 ‘정동영 그룹’(30.8%), ‘김근태 그룹’(23.4%)을 앞질렀다. 당내 경선에선 만만치 않은 경쟁력이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유 장관은 일단 “정치 경력 5년 안팎의 40대에게 대선은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경선 흥행을 위해선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등 가능성을 닫지는 않고 있다. 당에서는 그가 차기 대선 행보를 장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지만 기성 정치인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선거운동 마지막의 ‘72시간 마라톤 유세’등을 통해 강단있는 정치인으로서 지지층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지방선거 이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번에 2.7%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3후보 수혈론’ 거론도 유력 대선주자가 없다보니 당 안팎의 관심 대상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에 맞설 수 있는 지지율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카드냐 하는 점과 애매한 노선 탓에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 안팎에선 범 여권의 대선주자를 시민·사회 진영이나 학계 등에서 수혈하자는 ‘제3후보론’도 간헐적으로 거론된다. 그 대상으로 박원순 변호사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이름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나오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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