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운영뿐 아니라 당헌·당규 개정까지 위임
의원총회 “이대로 가면 몰살” 큰 진통없어
의원총회 “이대로 가면 몰살” 큰 진통없어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질서를 잡지 못 하면 동체로 착륙해 모두 몰살한다. 누군가는 랜딩기어(착륙용 바퀴)가 돼야 한다. 지금은 그 역할을 김근태 최고위원이 하는 것이 순리다.”
7일 오전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후보 쪽 대변인을 맡아 가장 극렬하게 김근태 후보를 공격했던 그다. 당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드러내주는 사례다.
이날 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큰 진통 없이 지도체제를 비상기구 형태로 바꾸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도 위기의식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항’도 없지는 않았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지도부에서 물러난 김혁규·조배숙 두 전직 최고위원은 의총에 앞서 “계파를 떠난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당을 혁신해야 한다”며 ‘김근태 비대위 제체’를 반대했다.
의총 첫 발언자로 나선 정덕구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은 정부·여당을 좌파라고 오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고, 정부와 여당도 시장을 무시하고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일순 냉기가 감돌았다. 조경태 의원도 “국민들이 ‘사망선고’를 내린 열린우리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특정 계파의 수장이 지도부를 맡아서는 안 된다”며 “계파를 해체하고 사실상 재창당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지금은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임종석 의원이 “우선 급한 문제부터 대처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질서와 원칙이 있게 대처하자”며 “중진회의의 결정대로 8인 인선위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맡기고, 비대위에 중앙위원의 권한까지 대폭 맡기자”고 제안하자 분위기는 크게 기울었다. 이강래 의원도 “지금은 제갈공명이 당을 맡아도 어려운 때”라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결국 오후 열린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비대위에 중앙위원회의 권한까지 맡기는 방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140여명이 참여한 표결에서도 반대표는 10명에 못미쳤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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