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정치권 인사들 “서둘러 대선플랜”
측근 참모들은 “시간 필요…더 기다려야”
측근 참모들은 “시간 필요…더 기다려야”
지방선거 뒤 ‘독자세력화’에 나선 고건 전 총리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측근인사들 사이에 두 가지 엇갈린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는 서둘러 명확한 대선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열린우리당 내부의 친 고건 인사인 안영근 의원과 “고건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간 신중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고 전총리가 올 연말쯤 범여권 통합기구를 만들어 내년 2월까지 희망한국국민연대와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통합해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내년 4~5월께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를 통한 독자세력화→범여권 3자 연대 주도→경선을 통한 여권 단일후보’라는 3단계 대선도전 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신중식 의원은 고 전 총리의 ‘희망한국국민연대 결성’ 발언을 고 전 총리의 정세판단 변화의 증표로 해석했다. “고건 전 총리가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여러가지 여건상 입장 표명이 너무 빠르다고 판단했는 데,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다고 판단했다”며 “정당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고 전 총리의 측근 참모들은 여전히 ‘지둘려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 전 총리의 김덕봉 공보특보는 11일 “안 의원의 발언은 고건 전 총리의 뜻과 무관한 개인적 바람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고 총리는 당분간 희망연대 출범에 주력하면서 정치 환경이 좀 더 명확히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 것”고 말했다.
고 총리의 다른 핵심 측근도 “안영근, 신중식 의원의 요구는 정치권 인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고 전 총리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니며, 정치권의 변화흐름을 보며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변화무쌍한데, 벌써 대선도전 경로를 확정하겠냐”며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고 전 총리 영입 의지가 강한 민주당은 정계 개편을 주도할 힘이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경우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게 핵심 참모들의 판단인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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