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임채정 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 내용을 듣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재경부 이전 - 열린우리당 ‘실리’ 얻고
행정부 잔류 - 한나라당 ‘명분’ 갖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3일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이전될 부처의 범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진통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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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당은 지난 22일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국회 신행정수도 특위 소속인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과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을 내세워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양쪽의 의견차가 너무 커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양쪽의 팽팽한 대치는 국회 특위 위원장인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한나라당 쪽 간사인 김학송 의원이 이날 오전 다시 최종 담판을 시도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회 곳곳에서도 타결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한길 의원은 건설교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다가 여당 간사에게 회의봉을 넘긴 뒤 어디론가 사라졌고, 이틀 일정의 영남권 방문을 위해 이날 낮 대구로 내려가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오전 11시30분께 대전에서 길을 되돌려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 당은 결국 낮 1시30분께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의 이전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이를 철회하고, 열린우리당이 통일·법무부를 비롯해 행정자치·여성부를 서울에 남기자는 한나라당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극적인 합의를 이뤘음에도, 두 당은 합의 내용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또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가의 외치와 내치를 담당하는 부서는 서울에 남기고, 복합기능을 갖춘 자족도시 건설에 필수적인 경제부처와 교육부는 옮긴다는 원칙을 갖고 협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물건 값을 깎듯 이전 부처 수를 깎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경제부처 이전을 반대했던 애초 당의 태도가 왜 후퇴했는지를 두고선 분명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또 여성부의 서울 잔류에 대해 “어느 원칙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남기기로 했다”고 설명했으며, 이전 대상에 포함된 문화관광부에 대해선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경제 부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미흡한 설명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행정자치부 이전 여부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행정도시의 취지에 맞게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행자부는 국무회의와 내치의 주무 부서이므로 대통령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영식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이전을 적극 설득해 한나라당이 수용했지만, 일방적으로 (여당 제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해 행자·여성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전 논거를 양해하게 됐다”고 협상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실상 ‘흥정’의 결과라는 얘기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협상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전기관 수를 줄여 정부·여당의 ‘행정도시’ 간판을 희석시키는 ‘명분’을 얻었고, 열린우리당은 그 대신 한나라당이 반대하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 이전을 성사시키는 ‘실리’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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