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독립기관 정부통제 차단” 법안 소위 통과
예산처 “정부 예산편성권 규정한 헌법 위배” 반발
예산처 “정부 예산편성권 규정한 헌법 위배” 반발
국회가 지난 4월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상 독립기관에 자체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된 국가재정법 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정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13일 “운영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4월24일 예산회계법(1961년 제정)과 기금관리기본법(1991년 제정)을 통합·발전시킨 국가재정법 제정안을 심사하면서 국회, 대법원 등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주는 조항을 삽입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 쪽은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장악해 헌법상 독립기관을 좌지우지하고, 독립기관이 정부에 끌려다니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체 예산편성권의 삽입을 요구했다. 소위원회에서 정부 쪽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소위의 다수 의원들이 국회 쪽 손을 들어줬다.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의 김현미·정성호 의원은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으나, 한나라당의 김영덕·주호영 의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 등이 ‘3권 분립 확립 차원에서 국회 쪽 논리에 동의한다’고 밝혀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의 처리를 검토 중이다.
운영위 관계자는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확보해도 정부의 예산편성 기준을 따르고 정부 의견을 들을 뿐 아니라, 시행령에서 편성권 남용을 막는 통제장치도 마련할 것”이라며 “국회가 무작정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는 정부 쪽 논리는 예산편성권을 계속 독점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예산처는 국회가 예산을 스스로 편성하는 것은 헌법 54조에 규정돼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예산처 관계자는 “지금도 각 기관이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처가 예산안을 편성하면 국회가 수정·의결하고 있다”며 “국회 예산을 여기에서 제외해 예산처를 거치지 않도록 하면 어느 누구로부터도 견제를 받지 않은 채 국회 사무처 마음먹은 대로 통과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처의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운영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가 남아 있으니 국회에서 합리적 논의를 통해 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승근 권태호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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