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20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와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한 답변없어…조정 불가피”
미사일 발사땐 무산 가능성도
미사일 발사땐 무산 가능성도
오는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0일 “지난 6·15 남북 공동행사에 참석한 북쪽 대표단에게 김 전 대통령 방북과 관련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북한 쪽은 ‘돌아가서 논의한 뒤 답을 주겠다’고 밝히고도 아직 답이 없다”며 “현재 분위기만 봐서는 27~30일의 방북 일정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사일 효과를 좀 더 지켜보려고 생각하는 북한 쪽으로선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최종 확정될 경우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방북 ‘무산’이나 ‘취소’는 아니지만, 일정이 좀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은 이날 오후 방북 문제를 북쪽과 협의해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불러 대책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와 북쪽의 답신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하루이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려 상황이 악화하면 방북이 장기간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1시간20분 남짓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방북 문제 등을 논의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나와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길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발사를 준비 중인 것이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 하는 논란을 두고 “북한의 미사일이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불법 핵무기를 개발하는 맥락에서 그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나는 미국 정부가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신승근 이제훈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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