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직접참여’
삼성 ‘배후조종’
대우 ‘좌충우돌’
엘지 ‘담쌓기’ 재벌은 태생부터가 정치권과의 결합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이 정치권과 맺어온 관계는 서로 상당히 달랐다. 정치권의 평을 들어보면, 현대그룹은 창업주가 ‘정면돌파’형이고, 전문 경영인들은 ‘직접참여’형이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1988년 6남인 정몽준 의원을 정계에 입문시켰고, 지난 92년에는 스스로 국민당을 창당해 대선에 나섰다. 그해 현대의 10개 계열사 사장을 지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민자당의 전국구 공천을 받는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 출신인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대의 문화 탓”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 의원은 “정주영이란 걸출한 스타가 이끌었던 현대의 문화는 능력있는 이에게 모든 일을 밀어주고, 그에 맞는 권한도 주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엄청난 부담을 이겨내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거듭한 결과, 정치적 야망도 그만큼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배출한 정치인도 제일 많다. 삼성은 대표적인 ‘배후조종형’이다. 그 내용은 300억원대의 ‘대선자금’과 ‘엑스파일’에서 생생히 드러나 있다. 정치에 참여한 이는 남궁석 전 의원(삼성SDS 사장 출신)이 유일했다가, 올해 금기가 왕창 깨졌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정치권으로 간 이들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내부의 금기”라고 전했다. 대우그룹은 ‘좌충우돌형’으로 통한다. 지난 2004년 박태준 전 민자당 대표는 “김우중 전 회장이 지난 92년 찾아와 ‘현찰 1천억원을 대줄테니 신당 창당을 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특혜로 큰 뒤,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했다 실패한 것이다. LG그룹은 철저한 ‘담쌓기형’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여의도에 파견하는 국회 담당 직원도 없을 정도다. SK그룹은 ‘실속형’이라고 한다. 최태현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의 결혼이 대표적인 권력과의 만남이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SK정유는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것이고, SK텔레콤도 한국이동통신을 넘겨 받아 이뤄진 것이다. 이태희 기자
삼성 ‘배후조종’
대우 ‘좌충우돌’
엘지 ‘담쌓기’ 재벌은 태생부터가 정치권과의 결합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이 정치권과 맺어온 관계는 서로 상당히 달랐다. 정치권의 평을 들어보면, 현대그룹은 창업주가 ‘정면돌파’형이고, 전문 경영인들은 ‘직접참여’형이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1988년 6남인 정몽준 의원을 정계에 입문시켰고, 지난 92년에는 스스로 국민당을 창당해 대선에 나섰다. 그해 현대의 10개 계열사 사장을 지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민자당의 전국구 공천을 받는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 출신인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대의 문화 탓”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 의원은 “정주영이란 걸출한 스타가 이끌었던 현대의 문화는 능력있는 이에게 모든 일을 밀어주고, 그에 맞는 권한도 주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엄청난 부담을 이겨내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거듭한 결과, 정치적 야망도 그만큼 키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배출한 정치인도 제일 많다. 삼성은 대표적인 ‘배후조종형’이다. 그 내용은 300억원대의 ‘대선자금’과 ‘엑스파일’에서 생생히 드러나 있다. 정치에 참여한 이는 남궁석 전 의원(삼성SDS 사장 출신)이 유일했다가, 올해 금기가 왕창 깨졌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정치권으로 간 이들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은 내부의 금기”라고 전했다. 대우그룹은 ‘좌충우돌형’으로 통한다. 지난 2004년 박태준 전 민자당 대표는 “김우중 전 회장이 지난 92년 찾아와 ‘현찰 1천억원을 대줄테니 신당 창당을 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특혜로 큰 뒤,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했다 실패한 것이다. LG그룹은 철저한 ‘담쌓기형’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여의도에 파견하는 국회 담당 직원도 없을 정도다. SK그룹은 ‘실속형’이라고 한다. 최태현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의 결혼이 대표적인 권력과의 만남이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SK정유는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것이고, SK텔레콤도 한국이동통신을 넘겨 받아 이뤄진 것이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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