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무장관 인선 내달로 늦춰…비판 우려한 듯
“우리가 관심을 갖는다고 (재·보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또 당정분리가 됐으니 청와대가 당에 개입할 방법도 없고, 개입할 이유도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7·26 재·보선 참패 이후의 당-청 관계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열린우리당이 패배했지만 정치적 책임은 당이 지는 것이고, 청와대는 정파를 초월한 국정에만 전념한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도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오히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당이 청와대에 할말은 해야 한다”는 등의 ‘당·청 차별화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한 핵심 비서관은 “처음부터 패배가 예견됐던 선거 결과를 놓고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고, 청와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며 “당·정·청이 단결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에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운다면 여당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여당의 의견은 늘 충분히 (청와대에) 전달되고 있지 않았느냐”며 “중요한 것은 대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재보선 직후로 예정됐던 새 법무부 장관 임명 시기를 8월로 늦추는 등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동향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무장관 인선 문제는 향후 당·청 관계를 가늠하는 ‘풍향계’인 탓이다.
청와대는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실무적인 준비 부족”과 “폭넓은 인물 검토”를 내세웠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유력한 카드로 검토해온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할 경우,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시기를 늦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한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이 끝났으니 좀더 부담없이 문 전 수석을 임명할 수 있다는 시각과, 역풍이 큰 만큼 다른 대안을 찾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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