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맨 뒤)이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병완 실장…“청와대 시스템 문제 발언 뒤 전격 경질”
유 전 차관 “인사청탁 거부가 주요 원인” 즉각 반박
유 전 차관 “인사청탁 거부가 주요 원인” 즉각 반박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25일, 논란을 빚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사유와 관련해 “몇가지 정책상의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그것이 경질이 절대적 이유는 아니며, 부적절한 언행이 있어서 마지막 판단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차관의 경질 배경이 무엇이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유 전 차관이 주장한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교체 사유다.
청와대 “언행이 부적절했다”=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유 전 차관이 신문유통원 업무 부진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조사과정에서 보인 언동이 경질의 핵심 사유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는 유 차관이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신문유통원이 부도 직전까지 간 데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당시 유 차관이 민정수석실의 조사과정에서 “이백만 홍보수석의 아리랑텔레비전 부사장 인사청탁을 받아주지 않아 나를 조사하는 것 아니냐”, “나를 조사하는 것은 청와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반발하면서 문제가 꼬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유 차관의 경질 여부를 고민하다가, 차관 인사 직전 즈음 일단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조사를 과정에서 유 전 차관이 인사청탁 압력설을 제기하면서 청와대 시스템을 문제삼고, 자신을 경질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른다는 얘기를 듣고 교체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 차관이 ‘청와대 시스템 운운했다’는 말을 들은 노 대통령이 ‘그것은 공직 기강의 문제다. 인사권자로 그것만은 두고 볼 수 없다’며 경질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유 전 차관 “인사청탁 거절이 이유다”=유 전 차관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딜’(거래)을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처음부터 나는 이런 상황이 싫었기 때문에 (차관직을) 안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백만 홍보수석이 전화 한 통화를 하고 끝났으면 당연히 업무협의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서 공직기강 조사관을 보내 (인사청탁과 관련해) 왜 안 들어줬느냐고 조사하는 것은 업무협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런 것(부당한 압력)을 그만 두든지, 아니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승근 이재성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이재성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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