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임승관 대검차장(왼쪽), 차동민 기획조정부장 등과 함께 25일 오후 점심식사를 하러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으로 시작된 법조계 내분 사태를 검찰 내부 반성의 기회로 삼자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장 26일 유감표명…검·변 “지켜보자”
판·검사들 비난글 올리며 날선 공방 계속
판·검사들 비난글 올리며 날선 공방 계속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과 관련해 대법원과 검찰 수뇌부는 봉합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일선 판·검사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잇따라 올리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25일 이 대법원장이 26일 예정된 서울고등·중앙지방법원 간담회에서 “검찰과 변호사를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날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예정돼 있던 저의 광주 순시와 대법원장 말씀 사태가 겹쳐 얼마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느냐. 지난 주에 여러 경로로 당부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검찰에 자제를 당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이 대법원장의 26일 간담회 내용을 지켜본 뒤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판사와 검사들은 날선 공방을 계속했다. 이종광 서울서부지법 판사(38·사시 36회)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2003년 형사재판의 추억’이라는 글을 올려 “공판 검사가 우리 계장에게 내가 다음해에 인사조치된다는 말을 했다. 윗선에서 얘기가 다 됐다는 말도 들었다. 같은 법원의 한 형사재판장이 검찰로부터 협박당한다는 소문이 동료의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재판과정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석(48·사시 30회) 청주지법 제천지원장도 “검찰도 ‘민사의 형사화’를 막겠다고 민사재판에서 법원의 수사기록 송부 요청을 거절한 때가 있었다”며 “민사재판에서 수사기록을 배제한다면 검찰은 오히려 ‘환영한다’고 해야 일관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철우(35·사시 40회)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신성불가침 권력의 포효’라는 글을 올려 “(대법원장의 발언은) 법원 내부에 은연 중에 퍼져 있는 우월감을 너무나도 잘 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들은 영장이 기각되면 판사의 뒷조사를 하기도 하고 전화로 항의도 한다고 비난했는데, 우선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영장기각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말 법관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싶다면 동료 판사가 기각한 영장도 과감하게 발부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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