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여당이 주도”↔“헤쳐 모이자” 고건·민주당
정대철 “노대통령 배제”↔“함께 가야” 문희상
정대철 “노대통령 배제”↔“함께 가야” 문희상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계개편론의 봇물이 터졌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정기국회 초반부터 백가쟁명식 정계개편론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은 추상적인 밑그림 차원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제기된 정계개편론은 정계개편의 주체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가 쟁점이다.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이냐와, 노 대통령을 배제하느냐 여부를 중심으로 논쟁이 진행되는 양상인 것이다.
누가 주도력을 쥐느냐
열린우리당 쪽은 당연히 여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을 희망한다. 26일 ‘준정치결사체’를 표방하며 창립된 여당 초선의원 모임 ‘처음처럼’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창립토론회에서 ‘2007년 대선지형과 세력연대’를 주제로 발제한 민병두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 개혁파와 장외 범개혁세력의 결집을 주창하는 ‘중도개혁연대(새개혁연대)론’을 바람직한 정계개편 모델로 제시했다. 민 의원은 “원내 세력분포상 열린우리당이 연대의 주요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되, 대선후보 경쟁에서의 기득권은 포기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는 세력연대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헤쳐모여식 제3지대 창당론은 주도세력이 없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민 의원의 논리다.
비상대책위원인 문희상 전 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느 후보든 국회의원이 많은 당에 들어오지 않고는 대선을 치르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대선은 국고보조금을 가지고 치를 수밖에 없는데, 141석의 의석을 지닌 열린우리당에 가장 많은 국고보조금이 배분되는 만큼, 고건 전 총리조차도 열린우리당과 어떤 형태로든 결합하지 않고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고건 전 총리나 민주당 쪽은 여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여당의 힘에 눌려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탓이다. 고 전 총리가 최근 신당창당에는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특정 정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을 어찌할 것인가 노 대통령 배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내부적으로도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기류가 엇갈린다. 함께 가야 한다는 ‘동승론’과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별론’이 맞서는 양상이다.
당 고문인 정대철 전 의원은 드러내놓고 결별론을 설파하고 있다. 범여권의 통합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이후 벌어질 정치상황을 전제로 한 것인만큼, 노 대통령은 빠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노 대통령과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방식의 ‘헤쳐모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별론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제외한 헤쳐모여는 범민주세력의 또다른 분열”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도 “지금은 누구를 배제하는 통합론을 논할 때가 아니라 깃발을 세우고 원칙과 틀을 얘기할 때”라며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노 대통령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또 “못난 부모두 부모일진대, 버린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다”라며 “상속을 받으려면 정치개혁이라는 자산과 국정난맥이라는 부채, 둘 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민생개혁·정계개편 주체로 나서겠다” 여 초선 23명 ‘처음처럼’ 창립…정치적 준결사체 표방
‘좋은정책포럼’과 토론회…‘중도개혁연대’ 주문 쏟아져 김영주·민병두·조정식·최재성·한병도 의원 등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23명으로 구성된 ‘처음처럼’이 28일 창립총회를 열고, ‘민주개혁세력 재집권을 위한 정치적 준결사체’를 표방하고 나섰다. “새로운 민생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앞으로 정계개편과 세력연대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개혁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된 ‘좋은정책포럼’(이사장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과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내년 대선과 민주개혁세력의 진로를 놓고 개혁진영의 ‘싱크탱크’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는 몸짓인 셈이다.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세력 간의 연대에 ‘맞불’을 놓는 측면도 있다. 토론회에서는 ‘생활 정치’ 이슈에 기반을 둔 중도개혁세력의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상호 한양대 연구교수는 “유권자 다수는 ‘진보적 중도’인데, 참여정부는 이들이 원하는 핵심 의제인 교육과 부동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고용, 환경 문제에 실패해 곤란에 빠졌다”며 “특히 열린우리당은 ‘중도 보수화’의 퇴행적 경로를 일관되게 걸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 교육 정책과 분양원가 전면 공개 같은 확실한 정책 선회가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지병문 의원은 “범민주개혁세력 연대를 인위적으로 하기보다 교육,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놓고 이에 동의하는 집단이 반대하는 집단에 승부를 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신중도’의 기치 아래 일류국가로 가는 세력연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신기남 전 의장, 천정배·이미경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독일에 머물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도 축전을 보냈다. ‘처음처럼’은 고건 전 총리의 초청 여부도 검토했으나, “당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당 고문인 정대철 전 의원은 드러내놓고 결별론을 설파하고 있다. 범여권의 통합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이후 벌어질 정치상황을 전제로 한 것인만큼, 노 대통령은 빠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노 대통령과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방식의 ‘헤쳐모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별론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제외한 헤쳐모여는 범민주세력의 또다른 분열”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도 “지금은 누구를 배제하는 통합론을 논할 때가 아니라 깃발을 세우고 원칙과 틀을 얘기할 때”라며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노 대통령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또 “못난 부모두 부모일진대, 버린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다”라며 “상속을 받으려면 정치개혁이라는 자산과 국정난맥이라는 부채, 둘 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민생개혁·정계개편 주체로 나서겠다” 여 초선 23명 ‘처음처럼’ 창립…정치적 준결사체 표방
‘좋은정책포럼’과 토론회…‘중도개혁연대’ 주문 쏟아져 김영주·민병두·조정식·최재성·한병도 의원 등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23명으로 구성된 ‘처음처럼’이 28일 창립총회를 열고, ‘민주개혁세력 재집권을 위한 정치적 준결사체’를 표방하고 나섰다. “새로운 민생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앞으로 정계개편과 세력연대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개혁 성향의 학자들로 구성된 ‘좋은정책포럼’(이사장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과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내년 대선과 민주개혁세력의 진로를 놓고 개혁진영의 ‘싱크탱크’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는 몸짓인 셈이다.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세력 간의 연대에 ‘맞불’을 놓는 측면도 있다. 토론회에서는 ‘생활 정치’ 이슈에 기반을 둔 중도개혁세력의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상호 한양대 연구교수는 “유권자 다수는 ‘진보적 중도’인데, 참여정부는 이들이 원하는 핵심 의제인 교육과 부동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고용, 환경 문제에 실패해 곤란에 빠졌다”며 “특히 열린우리당은 ‘중도 보수화’의 퇴행적 경로를 일관되게 걸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 교육 정책과 분양원가 전면 공개 같은 확실한 정책 선회가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지병문 의원은 “범민주개혁세력 연대를 인위적으로 하기보다 교육,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놓고 이에 동의하는 집단이 반대하는 집단에 승부를 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신중도’의 기치 아래 일류국가로 가는 세력연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신기남 전 의장, 천정배·이미경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독일에 머물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도 축전을 보냈다. ‘처음처럼’은 고건 전 총리의 초청 여부도 검토했으나, “당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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