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회의장 앞 복도에, 국정감사를 받는 한국과학기술원 직원들이 모여 국감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치적 중립성·야당 반응 ‘임명 변수’
‘개혁 마무리’ 문희상·이해찬씨 등 거론
독립적 정보기구화 강조땐 ‘제3 인물’
‘개혁 마무리’ 문희상·이해찬씨 등 거론
독립적 정보기구화 강조땐 ‘제3 인물’
노무현 대통령은 김승규 국정원장을 교체할지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교·안보 라인 개편과정에서 국정원장 교체가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한편에선 ‘후임자 인선의 어려움’을 들어 유임 주장도 적지 않았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26일 김승규 원장의 사의 표명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며 일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밤 기자들에게 “국정원장 (교체와) 관련해선 현재까지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 개각 기사에서 국정원장은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27일 현대일관체철소 기공식 참석을 위해 충남 당진으로 출발하기 직전 김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를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국정원도 이를 전달받고 “김 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런 급박한 기류 변화는 노 대통령이 임기 말을 앞두고, 국정원의 운영 기조와 관련해 여러 가닥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김 원장 교체를 내부에서 계속 검토해온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확고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 상태였다”며 “김 원장 자신의 사퇴 의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는 후임 국정원장을 어떤 기준으로 인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은 후임 국정원장 인선에 관한 나름의 구상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음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인사는 “김 원장 사표를 반려할 경우 노 대통령은 김 원장과 임기를 끝까지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대통령은 임기말 국정원 운영 기조와 후임자 인선 기준을 최종 정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말의 국정원 운영 기조와 관련해, 정치적 독립성과 명실상부한 정보기구화라는 기존 방침에 강조점을 더 두는 방안과,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정권 말기의 원만한 마무리를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방안 등 두가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기존 국정원 운영 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갈 경우와 정권의 원만한 마무리에 강조점을 둘 경우엔 후임자 인선 기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마음이 후자쪽으로 기운다면 믿을 수 있고 중량감 있는 정치권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말했다. 반대로 해외정보 수집역량 강화 등 명실상부한 정보기구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치권 인사가 후임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권 안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치권 출신 국정원장 기용 방침을 굳힌다면 문희상 의원이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발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의원직 사퇴에 따른 재선거를 치러야 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발탁 가능성도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정치인을 국정원장에 임명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야당의 강한 반발을 피하기 힘들다. 이 부분이 국정원장 인선의 현실적인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밖엔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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