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열린우리당
당·정·청 4인 회동 땐 말 없다가
발표 몇시간 전에야 통보하나… 가뜩이나 불편했던 당·청 관계가 청와대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성 제안으로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가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정치협상회의 카드를 꺼내드는 바람에, 오히려 정기국회에서 당의 입지만 더 좁아졌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27일 노 대통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상을 “청와대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발표 몇 시간 전에야 통보받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더구나 발표 전날인 지난 25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서 ‘공동운명체’를 강조했던 당 지도부는 청와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이 회동은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한명숙 총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김 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여당 수뇌부와 대통령의 정례회동 등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 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에는 노 대통령의 ‘정치협상회의’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자신의 ‘명분쌓기용’으로 내놓은 제안이라는 것이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주요 현안 처리에서 소수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참여 대상에서 제외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제2의 대연정 구상”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하려고 해도 민주당과 민노당이 등을 돌렸기 때문에 그마저 불가능해졌다”는 탄식이 열린우리당에선 흘러나온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일꼬인 청와대
정치권과 상의 없이 덜컥 제안
“독선적 판단이 일 그르쳐” 화살
청와대는 27일 한나라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거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이 거부 방침을 최종 확정한 직후인 오전 11시께 강재섭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고 간청했다. 청와대 다른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사권까지 다 내놓고 합의정치를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거절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에서조차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덜컥 되지도 않을 제안을 던져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일치된 평가다. 이런 중대 제안이 성공하려면 여당은 물론, 협상 상대인 한나라당과 충분한 물밑 교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사전에 아무런 의사 소통이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투명한 세상에 한나라당과 물밑 거래를 하라는 것이냐. 이쪽에서 그런 접촉을 하면 금방 언론에 탄로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청와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는 항상 자기 시각에서만 모든 것을 판단한다. 다른 이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독선적 판단이 때론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기조차 한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평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당·정·청 4인 회동 땐 말 없다가
발표 몇시간 전에야 통보하나… 가뜩이나 불편했던 당·청 관계가 청와대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성 제안으로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가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정치협상회의 카드를 꺼내드는 바람에, 오히려 정기국회에서 당의 입지만 더 좁아졌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27일 노 대통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상을 “청와대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발표 몇 시간 전에야 통보받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더구나 발표 전날인 지난 25일 당·정·청 4인 회동에서 ‘공동운명체’를 강조했던 당 지도부는 청와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이 회동은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한명숙 총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김 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여당 수뇌부와 대통령의 정례회동 등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 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에는 노 대통령의 ‘정치협상회의’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자신의 ‘명분쌓기용’으로 내놓은 제안이라는 것이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주요 현안 처리에서 소수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참여 대상에서 제외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제2의 대연정 구상”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하려고 해도 민주당과 민노당이 등을 돌렸기 때문에 그마저 불가능해졌다”는 탄식이 열린우리당에선 흘러나온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일꼬인 청와대
정치권과 상의 없이 덜컥 제안
“독선적 판단이 일 그르쳐” 화살
청와대는 27일 한나라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거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이 거부 방침을 최종 확정한 직후인 오전 11시께 강재섭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고 간청했다. 청와대 다른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사권까지 다 내놓고 합의정치를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거절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에서조차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덜컥 되지도 않을 제안을 던져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일치된 평가다. 이런 중대 제안이 성공하려면 여당은 물론, 협상 상대인 한나라당과 충분한 물밑 교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사전에 아무런 의사 소통이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투명한 세상에 한나라당과 물밑 거래를 하라는 것이냐. 이쪽에서 그런 접촉을 하면 금방 언론에 탄로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청와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는 항상 자기 시각에서만 모든 것을 판단한다. 다른 이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독선적 판단이 때론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기조차 한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평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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