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정치적 기반 차이가 재집권 전략차로
호남 지지층 복원없이 정권 재창출 전략은 한계 DJ ‘통합’에 힘실어
‘통합신당=지역주의 회귀’ 결국 재집권·개혁 둘다 놓쳐 노 “개혁세력 결집부터” 여권의 진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각엔 천길 낭떠러지가 놓여 있다. 통합만이 살길이라는 전직 대통령과, 통합은 ‘지역주의 회귀’라는 현직 대통령의 상반된 해법에서 어중간한 절충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당내 지루한 논쟁도 두 사람의 ‘지침’ 가운데 어느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와 결부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민주당이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 이제 다시 또 결심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이지만, 동시에 노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최근 통합신당 추진을 ‘지역주의 신당’이라고 거듭 비난한 데 대한 ‘디제이식 응수’다. 두 사람의 상이한 해법엔 일차적으로 재집권 전략에 대한 시각 차가 투영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먼저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한 뒤 개혁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수순을 제시하고 있다.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은 누가 뭐래도 호남이다. 결국 호남 지지표를 끌어담을 수 있는 단일한 그릇을 만든 연후에 세력 확장을 도모하라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충고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반면, 노 대통령은 개혁세력을 먼저 아울러서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이후에 호남 세력을 포괄하자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지금 통합신당을 하자는 건 결국 호남세력과의 결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정당 회귀로 인식돼 오히려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재집권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산토끼 없이 집토끼만으론 승리할 수 없다는 셈법이다.
두 사람의 다른 해법은 각자의 정치적 처지와 지역기반, 정치적 생존을 위한 활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영남에 기반하고 있다. 가까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영남 출신이다. 여권의 진로가 통합신당 추진 쪽으로 결론이 나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최고 브랜드인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기치에도 흠집이 난다. 퇴임 이후의 정치적 영향력 역시 반감될 게 분명하다. 정치권에서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퇴임 이후 구상과 연결짓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다.
호남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김 전 대통령 역시 호남의 주도력이 확보되지 않는 형태의 정치권 재편이 썩 달가울 리 없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열린우리당 행로를 둘러싼 논쟁에서 주로 호남쪽 의원들이 통합신당 추진에 집착하는 반면, 노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노 그룹’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통합신당=지역주의 회귀’ 결국 재집권·개혁 둘다 놓쳐 노 “개혁세력 결집부터” 여권의 진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각엔 천길 낭떠러지가 놓여 있다. 통합만이 살길이라는 전직 대통령과, 통합은 ‘지역주의 회귀’라는 현직 대통령의 상반된 해법에서 어중간한 절충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당내 지루한 논쟁도 두 사람의 ‘지침’ 가운데 어느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와 결부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민주당이 갈라선 것은 큰 불행이었다. 이제 다시 또 결심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이지만, 동시에 노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최근 통합신당 추진을 ‘지역주의 신당’이라고 거듭 비난한 데 대한 ‘디제이식 응수’다. 두 사람의 상이한 해법엔 일차적으로 재집권 전략에 대한 시각 차가 투영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먼저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한 뒤 개혁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수순을 제시하고 있다.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은 누가 뭐래도 호남이다. 결국 호남 지지표를 끌어담을 수 있는 단일한 그릇을 만든 연후에 세력 확장을 도모하라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충고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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