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임기말 정치 손떼고 국정마무리…옳은 판단이었다”

등록 2007-01-07 19:07

지난 4일 <한겨레>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꼿꼿한 자세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1시간 넘게 또렷한 목소리로 답변을 한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은 좋아 보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4일 <한겨레>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꼿꼿한 자세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1시간 넘게 또렷한 목소리로 답변을 한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은 좋아 보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 새해 인터뷰 = 정치·사회분야

올 대선 전망은? “지지율 계속 높거나 낮기 쉽잖아…쏠림현상, 국민이 또 바로 잡을것”
양극화 극복 방안은? “서민자녀 교육 집중해 희망주고, 임대주택 늘려 주거물안 없애야”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으로서 노 대통령에게 충고하거나 권유할 얘기 없으십니까.

=내가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해야죠.(웃음) 공개적으로 하면 선의가 안됩니다. 노 대통령의 국내 정치에 대해선 내가 평가하는 게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거든요. 이라크 파병, 2사단 후방이동, 미군사령부 이동 등 협력해요, 협력하면서도 할 말은 하거든요. 남북 문제에서도 그래도 포용정책의 기본은 유지하면서 하고 있어요. 그 점은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이 아니라 미국의 전문가들도 그 점에서는 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5년제 단임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 대선도 있고 레임덕도 와서 국정 운영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임기 마지막해인 2002년에 어떤 생각을 갖고 국정 운영을 하셨습니까.

=난 레임덕이 안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가지를 정했어요. 하나는 각 부처마다 2개 내지 3개씩 마지막으로 꼭 마무리해야할 일을 골랐어요. 한 70~80개가 됐습니다. 1년 가까이 거기에 집중했습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마무리하다시피 했어요.

둘째는, 정치에서 손을 뗐어요.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 말이 되면 정치적으로는 레임덕이 안될 수 없게 돼있어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표 얻어주는 것이고 또하나는 돈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못합니다. 또 대통령은 정치자금 모금도 못하고, 모금하는 데 가서 지원도 못해요.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은 아무런 도움이 안되죠. 대통령한테 고개 숙일 필요가 없으니까 마지막엔 자기 인기를 올리려고 대통령을 막 찍어내리는 소리도 하고 그럽니다. 난 그런 분위기가 조금 나오기 시작하길래 정치에서 완전히 손 떼고 정해놓은 마무리 작업을 마지막 날까지 집행했습니다. 난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양당제로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양당 중심의 정치구도의 틀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라 불균형이 심한 것 같습니다.

=국민이 또 바로잡을 거요. 우리 국민을 믿어야 돼요. 우리 국민이 독재자를 세번, 네번 몰아냈어요.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감옥 가고 고문 당하고, 그렇게 하면서도 기어이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어요. 이런 국민이기 때문에 나는 해낸다고 봅니다. 정치가 잘 되고 나라가 잘 될라면 국민이 훌륭해야 하고 지도자가 훌륭해야 하는데, 이제 지도자만 잘 내놓으면 이 국민은 잘 해나갈 수 있다고 봐요.

※〈한겨레〉가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국민들에게 5가지 불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 일자리, 교육, 노후, 평화 문제인데, 국민의 80% 이상이 이걸 걱정합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화 시대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빈부 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뒷골목 구멍가게 아주머니가 외국에서 들어온 쇼핑몰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니 재래시장 하던 분들이 쓰러질 수밖에 없어요. 세계화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빈부 양극화가 있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인데, 대기업은 정부가 규제와 간섭을 폐지하고 원칙적으로는 자유롭게 놔둬야 해요. 세계시장에 나가 돈 벌라고 하고, 정부는 중소기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부품소재 산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6~7할 이상은 외국서 들여온 부품으로 (물건을) 만드는데, 그걸(부품 생산을) 국내서 생산하고 수출도 하도록 세제와 금융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소기업이 사람 많이 채용하고, 서민들 살기 좋고 경기도 좋아집니다.

서민 문제는 2가지에 집중해야 해요. 우선 서민 자식들의 교육에 집중해야 해요. 서민 자식들도 제대로 교육받아서 계층 상승 기회를 줘야 해요. 난 못살아도 내 자식은 잘 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둘째는 집 문제예요. 집도 정부가 다 할려고 하면 비효율적이고 되지도 않아요. 서민들 주택에 전력을 다해야 해요. 임대주택이나 할부주택 등을 해서 세제, 금융을 지원하고 택지도 정부가 제공해야 합니다. 돈은 연금, 기금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정 안되면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어요. 서민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면 민심이 안정이 됩니다. 나머지 주택은 원칙적으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맡겨야 해요. 다만, 폭리하거나 투기하면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됩니다.

※평화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한 이슈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면 어떤 게 되겠습니까. 북한이 이제 핵까지 가지고 있는데, 전쟁하면, 당장 수도권에서 100만명 죽는다고 합니다. 평화 속에서 잘 살다가 통일하면 세계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무슨 망조가 들어서 우리끼리 전쟁하고 죽이고 그렇게 해서 남도 북도 다 망하는 일을 합니까. 정책은 당에 따라 다르지만, 전쟁은 절대 안된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남북이 화해 협력하면서 통일해야 한다, 이것만은 여야가 있어선 안돼요.

※올해 대선에선 (여야간에) 지지율 격차가 워낙 심해서 일방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올 상반기까지는 가 봐야 (후보 지지율의) 앞날이 전망되지 않겠어요? 선거를 해보면, 높은 자리(지지율)건 낮은 자리(지지율)건 계속 높고 계속 낮게 가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반기까지 가보면 여권도 태세가 될 지, 선거를 제대로 할 태세가 될 지 안될 지가 판명이 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양당 대결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올해 대선도 결국 양당 대결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십니까.

=우리 국민들은 양당(제) 외에는 안해요, 국민 성향이 그래요. 지금 이것(정치현실)도 국민이 양당을 이렇게 갈라놓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은 양당(제)를 (선택)했는데 정치인들이 멋대로 갈라놓은 것이죠. 영국이나 미국이나 한국은 완전히 양당(제)입니다.

※전에 연설에서 ‘서생적 문제의식’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하셨는데, 젊은 독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그런 관점에서 한말씀 해주십시요.

=개인도 그렇고 정당, 단체도 그렇고 원리 원칙이 확고해야 해요. 그 다음엔 원리원칙을 현실에 실천하고 적용하는 방법도 좋아야 합니다. 원리원칙이 확고한 것이 ‘서생적 문제의식’이고 그것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 무엇을 해야 되고 무엇을 해선 안되냐를 정하는 것이 ‘상인적 현실감각’이에요. 그 두가지를 항상 병행해서 생각하면 정당이나 개인이나 성공하는 길을 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리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인터뷰 후기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새해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1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은 좋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견해를 막힘없이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 쪽은 이번 인터뷰 주제를 통일·외교 분야로 한정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님은 올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전망을 (독자들에게) 중요하게 전달해주길 바라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많은 질문이 북한 문제와 동북아 정세 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올해가 대통령선거의 해이고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몇몇 국내 사안들을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은 민감한 사안에선 답변을 피했지만, 인터뷰 중간중간에 나온 국내 문제 질문엔 대통령 재임 시절의 경험을 얘기하며 대체로 진솔하게 답변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