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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명포털, 이명박 출생지 삭제 ‘정보변형’

등록 2007-01-12 11:38수정 2007-01-15 01:00

대부분 포털의 인물검색에서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출생지가 빠져있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결과 화면 갈무리.
대부분 포털의 인물검색에서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출생지가 빠져있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결과 화면 갈무리.
“집단적 고객민원” 해명…‘누가 왜’도 문제
포털에 인물디비를 제공하는 조인스닷컴의 인물디비에선 8일까지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지를 표기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빅뉴스)
포털에 인물디비를 제공하는 조인스닷컴의 인물디비에선 8일까지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지를 표기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빅뉴스)

평소 차기 대선주자에 관해 관심이 많았던 회사원 박아무개씨(29)는 포털 ‘네이버’에서 예비 대선주자들을 검색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인물검색에서 예비 대선주자들 가운데 유독 이명박 전 서울시장만 출생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야후, 엠파스 등 다른 포털에 들어가서 똑같이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얼마전 네이버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검색했을 때 분명 출생지가 일본이라고 나왔었는데 갑자기 삭제된 것이 이상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취재결과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엠파스, 파란의 6대 포털에서 ‘이명박’으로 검색했을 때 인물검색에서 이 전시장의 출생지는 나오지 않았다. 대선과 관련해 정치인들의 출생지가 주목받는 시점에서 이런 ‘별난’ 상황이 왜 벌어지게 된 것일까?

포털 “12월 말부터 집단적 민원들어와”

애초에 포털의 인물검색에선 이 전 시장도 다른 사람들처럼 출생지가 등록돼 있었다. 출생지는 일본 오사카, 경북 포항으로 각기 달랐지만 등록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 초를 기점으로 일제히 모든 포털에서 이 전 시장의 출생지 기록이 삭제됐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없어졌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인물검색 결과
이명박과 박근혜의 인물검색 결과

포털 관계자들은 “12월 말부터 이 전 시장의 출생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민원이 ‘집단적’으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지난 1일 이 전 시장의 출생지가 경북 포항에서 오사카로 바뀌어 등록되고 나서 인물정보가 잘못됐다는 민원성 메일이 다수 접수됐다”며 “내부검토를 거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등록을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쪽도 “인물정보에 대한 고객 민원이 접수돼 어쩔 수 없이 삭제했다”고 밝혔다. 야후쪽도 동일한 대답이었다. 엠파스의 경우 “관련기사가 나온 뒤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 판단돼 출생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다음과 네이트만이 “삭제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 전 시장의 출생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도 다른 예비 대선 주자들은 출생지가 노출되어 있다.

이 전 시장의 출생지가 일본이냐 포항이냐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상의 주요한 개인정보가 거대한 정보서비스업체(포털)에 의해, 임의로 ‘변형’되는 데 있는 것이다. 포털들은 대부분 언론사 소유의 인물데이터베이스와 계약해 그 디비의 인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의 출처이자 제공자인 언론사 디비에 ‘선명하게’ 기록돼 있는, 한 사람의 출생지가 대선이라는 시점을 앞두고 누군가의 ‘요청’과 ‘수용’을 통해 수정된 사실이다. 네이버·엠파스·네이트 등에 인물 디비를 제공하는 조인스닷컴의 경우 문제가 커지자 9일 이명박 후보의 인물디비에서 출생지 정보를 삭제했다.

한편, 취재가 진행되자 네이버는 9일 오후, 이 전 시장의 출생지를 ‘일본’으로 다시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들쑥날쑥한 출생지 정보에 대해 네이버의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의 자서전을 구입하는 등 사실관계의 확인을 거쳐서 다시 노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물디비 정보의 원천 제공자인 조인스 인물디비에선 12일 현재 출생지는 계속 삭제된 상태다.

이명박 캠프 “일본 출생 맞는데 왜 삭제 요청하겠느냐”

이 전 시장의 캠프인 안국포럼의 홍보담당인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이 전 시장의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라는 것은 팩트(사실)”라며 “다 알려진 사실인데 왜 굳이 감추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포털에 삭제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이버에선 ‘이명박 출생지’란 검색어에 자동 완성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에선 ‘이명박 출생지’란 검색어에 자동 완성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본인은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8일 이시장의 ‘출생지 논란’을 취재한 〈오마이뉴스〉는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가 맞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이 전 시장은 “우리 어머니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우리 어머니를 일본 사람이라고…”라며 차 문을 닫았다”며 “이 전 시장도, 그의 측근도 ‘일본 출생설’과 관련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전 시장의 공식 홈페이지인 ‘엠비플라자’(http://www.mbplaza.net)의 프로필에도 이 전 시장의 출생지는 나와 있지 않다. 동일한 시점에 이 전 시장의 출생지 정보를 삭제한 포털들은 해명에 있어서도 한 목소리였다. 포털들은 “이 전 시장 캠프에서 삭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입을 모아 ‘사전 교감설’을 일축했다.

전문가들 “공적 정보 포털 자의적 가공 우려스럽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전 시장의 홈페이지에는 벌써부터 출생지를 둘러싼 누리꾼들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며 네이버에선 ‘이명박 출생지’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만들어졌다.

포털들이 이 전 시장의 출생지 기록을 삭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적인 정보를 포털 스스로 가공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미디어연구소의 최진순 기자는 “이 전 시장의 출생지 삭제 요청이 순수한 누리꾼이었든, 캠프였든 간에 유독 이 전시장의 출생지 정보만을 누락시킨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공공정보로서의 성격이 강해진 포털의 인물정보에서 포털의 자의적 가공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홈페이지의 프로필에도 출생지는 빠져있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홈페이지의 프로필에도 출생지는 빠져있다.

그간 꾸준히 포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미디어평론가 변희재씨도 “최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포털에서 이 전 시장쪽의 삭제 요구가 있었다고 실토했었다”며 “일이 커지자 포털들이 말을 바꾸고 있다.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포털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한 “포털에서 누리꾼들의 요청으로 이 전 시장의 출생지를 삭제했다고 하면서 다시 출생지를 등록하려고 하면 그것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전 시장 프로필 출생지 삭제 일지

2006년 12월 말 주요 포털들에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지 의혹에 관한 메일 배달
2007년 1월1일 네이버, 이 전 시장 출생지를 경북 포항에서 일본으로 변경
1월 3일 네이버, 사용자 요청으로 이 전 시장 출생지 기록 삭제
1월 3~8일 야후·엠파스·파란 등, 이 전 시장 출생지 삭제
1월9일 포털에 인물디비를 제공하던 조인스닷컴에서도 이 전 시장의 출생지 삭제
1월9일 오후 네이버, 다시 출생지를 ‘일본’으로 복구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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