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당기면 한나라 불리?
실제 기류는 여당이 더 겁내
왜? 개헌안 부결 뒤 노대통령 사퇴
개혁세력 무책임 귀결되면 필패
실제 기류는 여당이 더 겁내
왜? 개헌안 부결 뒤 노대통령 사퇴
개혁세력 무책임 귀결되면 필패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임기단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여권에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은 “사정이 달라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불안감을 털어 놓았다. 왜 그럴까? 열린우리당은 조기 대선을 왜 두려워하는 것일까?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가설이었다.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되면, 야권이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정치공학적 분석이다. 여의도의 기류를 실제로 들여다 보면, 노 대통령의 중도 하차와 조기 대선은 열린우리당이 훨씬 더 겁을 내고 있다.
여당의 고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지난 10일 저녁이었다.
“내가 편하게 얘기를 좀 해도 괜찮겠습니까?”
잠시 통화를 했다. 전화로도 한숨소리가 들렸다. 실명 보도를 하지 말라는 조건이 붙었다. 동의했다.
“지금 우리는 악몽을 꾸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개헌도 되지 않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진다.”
그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돌아 다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조기 대선 멸망론’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노 대통령이 2월께 개헌안을 발의한다. 우여곡절 끝에 4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된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깊게 입은 노 대통령이 사퇴한다. ‘이른바 개혁·진보 세력은 무능한데다 무책임하기까지 하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6월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여권은 정계개편을 할 틈도 없이 대선을 맞는다.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 가운데 한 사람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다.
앞의 고위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 실제로 오면 우리는 일패도지(一敗塗地)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혁·진보 세력은 선거에서 더는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어지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중진 정치인은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우리는 수십년동안 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위해 싸웠다. 노 대통령은 사실 민주화 운동에 뒤늦게 참여한 사람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한 사람 때문에 수십년 동안 쓰러져간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참담하다.” 민주국가에서 정권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대선이 열린우리당의 패배가 아니라, 개혁·진보 세력 전체의 패배로 귀결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돌아가겠지만, 그들도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보정책’을 마련했다. 첫째, 노 대통령에게 임기도중에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일이다. 둘째,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이다.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입증하면 한나라당과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탈당 권유에는 “이 기회에 노 대통령을 몰아내자”는 ‘신당파’의 계산도 작용한 것 같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11일 이런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임기단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얘기다. 노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사정이 달라지면 어느 순간 그만둘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탈당에 대해서는 ‘야당들의 개헌 찬성’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개헌 국면을 계기로 노 대통령을 당에서 쫓아내려던 시도는 이렇게 불발됐다. 앞으로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표결을 할 때까지 정치적 부담은 열린우리당이 고스란히 지게 생겼다. 사실 이 시점에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한 것 자체가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정계개편 논쟁이 증발하면서, 신당파의 입지가 좁아졌다. ‘탈당’을 통해서라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충격을 가해보겠다는 사람들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리멸렬하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신당창당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는 11일 오전, “개헌 추진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과 그로 인한 국력 낭비를 막고 민생안정에 전념하기 위해 이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여야 지도자들의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접자는 얘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앞의 고위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 실제로 오면 우리는 일패도지(一敗塗地)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혁·진보 세력은 선거에서 더는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어지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중진 정치인은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우리는 수십년동안 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위해 싸웠다. 노 대통령은 사실 민주화 운동에 뒤늦게 참여한 사람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한 사람 때문에 수십년 동안 쓰러져간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참담하다.” 민주국가에서 정권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대선이 열린우리당의 패배가 아니라, 개혁·진보 세력 전체의 패배로 귀결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돌아가겠지만, 그들도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보정책’을 마련했다. 첫째, 노 대통령에게 임기도중에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일이다. 둘째,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이다.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입증하면 한나라당과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탈당 권유에는 “이 기회에 노 대통령을 몰아내자”는 ‘신당파’의 계산도 작용한 것 같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11일 이런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임기단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얘기다. 노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사정이 달라지면 어느 순간 그만둘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탈당에 대해서는 ‘야당들의 개헌 찬성’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개헌 국면을 계기로 노 대통령을 당에서 쫓아내려던 시도는 이렇게 불발됐다. 앞으로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표결을 할 때까지 정치적 부담은 열린우리당이 고스란히 지게 생겼다. 사실 이 시점에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한 것 자체가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정계개편 논쟁이 증발하면서, 신당파의 입지가 좁아졌다. ‘탈당’을 통해서라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충격을 가해보겠다는 사람들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리멸렬하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신당창당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는 11일 오전, “개헌 추진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과 그로 인한 국력 낭비를 막고 민생안정에 전념하기 위해 이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여야 지도자들의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접자는 얘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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