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진정성 의심
노 대통령 신뢰 저하
야당 협력 이끌 정치력 부재
노 대통령 신뢰 저하
야당 협력 이끌 정치력 부재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흐름이다. 노 대통령의 안간힘에도 여론이 꿈쩍하지 않는다.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던 개헌론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을 못 추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통령 메시지 거부 현상 노 대통령이 재신임, 대연정 제안, 임기 단축 등 ‘깜짝카드’를 남발하면서 국민이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무조건 거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잦은 ‘깜짝카드’가 국민들의 내성을 키워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현상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국정 혼선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신뢰 상실을 초래하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정책혼선 → 신뢰 상실 → 메시지 거부 → 정책혼선’의 악순환 구조라는 것이다.
전략과 정치력 부재 개헌을 가능하게 하는 최우선 조건은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협력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끌어들일 만한 전략적 장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을 맹렬히 공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독선적 이미지를 굳혔고, 한나라당 내부의 개헌반대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해줬다. 한나라당은 ‘일방적인 무시전략’으로 개헌카드를 단숨에 무력화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는 결국 전략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인데, 노 대통령은 취약한 조건을 상쇄할 수 있는 전략적 장치를 하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즉흥적이고 엉성하게 개헌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한나라당의 당략적 반대를 넘어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국민적 압력이 한나라당을 누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민심은 정략적 노림수가 없다는 노 대통령의 거듭된 호소에도 감응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진정성’이라는 말을 수없이 사용했지만 국민들은 개헌 추진의 배경에 뭔가 ‘꿍꿍이셈’이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논의에 개입하는 등 정파적으로 인식되는 행보를 하면서 말로만 진정성을 강조했고, 국민들은 그걸 믿지 않았다. 대통령이 결국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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