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권노갑
DJ측근 박지원·권노갑 사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국민의 정부’ 최고 실세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9일 발표된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햇빛 쏟아지는 세상’에 다시 섰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현대 비자금과 대북송금 특검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바람에 진 꽃이 햇볕에 다시 필 것입니다. 봄은 또 오고 있습니다”라고 사면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구속 당시 조지훈의 시 ‘낙화(花)’의 첫 구절인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시구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한때 ‘왕수석’으로 불리며 권력의 정점에 있던 그는 권력의 무상함을 뜻하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표현을 “정권을 잡으면 적어도 10년은 간다”고 역설적으로 해석했지만, 참여정부 출범 4개월만인 2003년 6월 구속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이제 동교동으로 돌아가겠다”며 김 전 대통령을 계속 보좌할 뜻을 비쳤다. 그는 사면은 됐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력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한 측근은 “또다른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동교동계의 맏형으로 활동했던 권노갑 전 고문도 이번 사면 조처로 오는 12일 수감중인 의정부 구치소 문을 나선다. 77살의 고령인 그는 당뇨 합병증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그 역시 사면만 됐을 뿐 복권은 되지 않았다.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했던 설훈 전 의원도 이날 복권돼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한광옥, 최재승, 김옥두, 한화갑 전 의원 등에게도 조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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