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실패 주장…참여정부 매도”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비개혁과 무능’을 비판해 온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사실상 특정해 비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최장집-조희연-손호철 교수 등이 <한겨레> 지면 등을 통해 벌인 진보진영의 ‘위기 논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200자 원고지 35장 분량의 글을 통해, “참여정부가 진보 진영의 비주류라서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라며 “오래전 저는 어느 모임에서 진보진영의 학자 한 분에게 ‘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했던 일이 있다. 지금은 참여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분은, 그때 ‘그럴 것’이라고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런 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분’이 최장집 교수를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청와대 쪽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한겨레> 등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무능력과 비개혁 때문에 실패했으며, 실패한 이상 특단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해 왔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또 ‘비전 2030’ 같은 장기적 국정 과제에 대한 진보 진영의 무관심,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진보 진영이 ‘교조적 진보’에 빠져 참여정부를 무책임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 진영을 향해 “유연성과 책임성을 가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참여정부의 노선을 ‘유연한 진보’라고 이름 붙인 뒤 “이제 우리 진보가 달라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저 때문에 진보 진영이 다음 정권을 놓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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