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4월 신안·무안 재보궐
무소속 출마 결심 굳힌듯
지역정서에 기대나 ‘입길’
무소속 출마 결심 굳힌듯
지역정서에 기대나 ‘입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57·사진)씨가 오는 4·25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신안·무안 지역 무소속 출마 결심을 거의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홍일)이 국회의원을 지낸 데 이어 차남도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데 대한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홍업씨의 한 측근은 4일 “처음엔 홍업씨 본인이 소극적이었는데 주변에서 강력히 권유하자 최근 출마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이번주 안으로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민주당 출마는 당에도 부담되고 통합에도 보탬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무소속으로 나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심경 변화엔 이 지역 국회의원이던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의 적극적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키워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팔았는데, 김홍업씨를 거부하면 유권자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동교동에 누가 안되고, 정치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업씨가 무소속 출마를 하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홍업씨는 2002년 이권 청탁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지만 사면·복권이 이뤄져 출마에 법적 제약은 없다. 하지만 홍일씨(지난해 유죄 확정돼 민주당 비례대표직 상실)에 이어 홍업씨까지 아버지의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나서려 할 경우 여론이 고울 리 없다.
홍일씨가 16대 때 권노갑 전 의원 지역구인 전남 목포를 물려받은 데 이어 이번엔 홍업씨가 한화갑 전 의원 지역구를 물려받는 셈이어서 모양새도 좋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몇차례 출마를 노렸지만 비난 여론에 밀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도 홍업씨의 무소속 출마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당연히 독자적인 후보를 내야 한다”며 홍업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별도의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홍업씨의 무소속 출마에 부정적인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의 최경환 비서관은 “출마 얘기가 있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업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님이 ‘어떤 경우에도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마음 상하게 해드려서야 되겠느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업씨가 출마 의지를 굳힐 경우, 김 전 대통령이 끝까지 반대할지는 알 수 없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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