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참가-경선불참 잔류는 ‘여지’ 너무 좁아
이명박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이명박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르면 19일 서울로 올라와 정치적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이수원 공보실장은 “손 전 지사가 일요일인 18일에도 지방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19일이나 20일쯤 뭔가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는 서울로 돌아오면 향후 거취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만일 그때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묵묵부답하거나 선문답을 계속한다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손 전 지사 앞에 놓인 길은 크게 세 가지다. ‘경선 참가’와 ‘경선 불참 뒤 한나라당 잔류’, 그리고 ‘탈당’이다. 정치권에선 ‘경선 불참 뒤 한나라당 잔류’도 가능하나 상대적으로 확률이 낮을 것으로 본다. 지난 17일 손 전 지사와 짧은 통화를 했다는 남경필 의원은 “‘경선 참여’ 혹은 ‘탈당’이라는 양극단 중 하나일 것”이라며 “‘경선 불참-한나라당 잔류’는 공간(가능성)이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두 가지 선택 중 현재로선 ‘탈당’ 쪽에 무게감이 더 실리는 모양새다.
손 전 지사 캠프에서도 그가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까지 할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고 있다. 박종희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인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 참가냐, 불참이냐’ 여부보다 더 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한 간부는 ‘더 큰 고민’에 대해 “캠프 안에선 지금까지 (경선에 불참하더라도) ‘탈당’을 만류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최근 상황은 아무래도 ‘탈당’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가 탈당을 선택한다면 그 다음은 ‘제3 세력과의 연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새 정치세력을 꾸리는 게 그가 선택할 최적의 공간으로 보인다.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는 그 이후에 고민할 문제라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손 전 지사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봉은사를 다녀온 날(15일), 손 전 지사가 ‘힘들다. 우리 고민 좀 해 보자.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해 보자’고 했다”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사람들을 만나 실망을 많이 했는데, 여권 사람들을 만날 때는 편안해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여권 사람들’을 “열린우리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8일 “어렵겠지만 손학규 전 지사가 정권교체를 위해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포이동의 능인선원에서 특강을 마친 뒤 “손 전 지사는 저와 함께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을 하면서 정말 성공한 분”이라며 “당의 큰 일꾼이고 중요한 자산인데 당과 국민을 위해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 아니더라도 가깝게 지내고, 형 아우하면서 지내는 그런 사이”라며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한번 이야기하고 뜻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태호 성연철 기자, 양양/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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