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신 잡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 안에 있는 벤처기업협회를 찾아 벤처기업 현황 등을 놓고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위장취업’ 사회운동 첫 인연…디지털단지 변신에 ‘벤처정치’상징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서울 가산동 구로 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를 찾았다.
구로공단은 34년 전인 1973년, 서울대를 졸업한 학생운동권 출신의 손학규가 본격적인 노동운동을 하려고 찾아갔던 곳이다. 그는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벌집’이라 불리는 쪽방에서 자취를 하며 텔레비전 포장용 상자를 만드는 목공장에서 일했다. 이를 계기로 박형규 목사를 만났고, 그는 청계천 판자촌 빈민운동으로 장을 옮겨 본격적인 70년대 사회운동가로의 길을 걸었다.
손 전 지사가 탈당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구로 디지털단지를 택한 것도 이런 상징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무 대책 없이 구로공단에 뛰어들었던 당시와 지금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손 전 지사가 이날 디지털단지의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내가 ‘정치 벤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하우도 있고 의지도 있지만, 국민의 성원이라는 ‘벤처 캐피털’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서 그의 심경이 묻어난다.
손 전 지사가 구로를 찾은 또하나의 이유는, ‘70년대 공단’이 ‘21세기 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한 변화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데 있다. 손 전 지사는 위장취업 당시를 회상하면서 “가발·섬유 공장이 있던 이곳이 첨단산업 중심지가 된 것은 시대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70년대 산업 그대로였다면, 이 지역과 우리나라가 어땠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정무팀은 인터넷에 ‘노무현 대통령이 손 전 지사의 뜻을 오해한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명분 없는 보따리 정치는 결국 국민들에 의해 몰락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소식을 접한 손 전 지사는 “저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를 열겠다는 충정을 갖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노 대통령께서도 진정성을 갖고 제 진정성을 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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