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
[현장에서]
4일 오전 국회 본청 245호실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주역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협상대표가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결과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의 얼굴엔 반가움이 묻어났다. “나와 고향이 같다”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의 요구로 이들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20여명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협상 추진 과정에서 초강대국 미국에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당당하고 대등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며 뿌듯해했다. 송영길 사무총장은 “10일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하셨는데 바로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재형 최고위원은 “일부 신문에서는 협상단을 ‘영웅’이라고도 하고 ‘전사’라고도 한다”고 치켜세웠다.
덕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청래 의원은 “협상단이 영웅이니 전사니 이런 말이나 하고…. 열흘 동안 집에 못 들어간 것만 잘한 건가. 분신 자살 하고 단식하고 집회하는 분들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회의는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됐다.
몇 시간 뒤, 에프티에이 반대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9일째 단식 중이던 임종인 의원(무소속)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천정배 의원은 국회 앞마당에서 10일째 단식 중이다. 얼마 전까지 많은 의원과 격려 방문객들이 이들의 농성장을 찾았지만, 타결 이후엔 발길이 크게 줄었다. 국회의사당 안에는 봄기운이 돌았지만, 의사당 바깥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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