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이재현 후보의 무안군 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군민들이 12일 불무2로 거리에서 이 후보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무안/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무안·신안 현장] 4·25 재보선 선거전 시작
무안·신안 가보니
12일 전남 무안읍 장터 거리는 장날도 아닌데 떠들썩했다. 25일 치러지는 무안·신안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인 김홍업 민주당 후보와 이재현 무소속 후보가 같은 시각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겨우 20여미터 떨어진 양쪽 사무소에 지지자들이 1천여명씩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이 곳에서 그의 둘째 아들 홍업씨를 당선시켜 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어 보겠다는 민주당과, 전 무안군수 출신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도전장을 낸 이재현 후보 쪽의 대결은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김홍업씨 지원에 민주당 중진들 총출동
“DJ 선거도 아니고…” 민심은 아직 싸늘
이재현 후보쪽 “세습정치” 비판 날 세워 뜨거운 선거전=김홍업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인사들이 총출동해 ‘호남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해 등장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분신’ 격인 박지원 비서실장도 동행했다. 이씨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우리 아들 홍업이를 반드시 당선시켜서 국회로 보내 달라. 제 남편을 대통령까지 만들어주신 신안·무안 주민들에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승리의 그날까지 수고해달라”며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배기선·서갑원·윤호중 열린우리당 의원, 이강래·전병헌 통합신당모임 의원도 찾아와 “우리는 하나”라고 거들었다. 김옥두·이훈평·윤철상 전 의원 등 동교동 가신들도 오랫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홍업 후보는 연설에서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 때로는 동지로, 민주화와 정권 교체에 온몸을 바쳤다”며 “무안·신안의 발전을 해내고 민주평화세력 대통합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정계개편을 추진중인 민주당은 특히 절박해 보였다. 박상천 대표는 “김 후보가 떨어지면 민주당은 통합 작업을 주도할 수 없고 쇠퇴의 길로 갈 것”이라며 ‘올인’을 선언했다. 박 대표는 “김 후보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것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는 인물”이라면서도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은 무안·신안의 경제 발전과 민원 해결에 적합하다”고 추어 올렸다. 홍업씨의 전략공천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이상열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은 열린우리당도 ‘김홍업 당선’에 발벗고 나섰다. 박복래 열린우리당 신안·무안 당원협의회장은 지원 유세에서 “민주당은 큰 집이고, 열린우리당은 작은 집인데, 오늘 큰 집으로 통합됐음을 보고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 쪽은 김 후보가 8.5%포인트 앞선 지난 10일 목포엠비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초기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민주당 후보로 인식되면서 바닥 민심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의 이재현 후보 쪽도 필사적이다. 이 후보는 민선 1·2대 무안군수를 지낸 경험과 탄탄하게 갖춰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김홍업 공천은 세습정치”라는 비판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당원 700여명과 함께 탈당했다. 이 후보 선거사무소의 백경호 행정실장은 “민심은 이미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우리가 10%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싸늘한 반응=겉으로 드러난 선거전의 뜨거운 양상과 달리 지역 민심은 차분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했다. 지난 11~12일 만난 무안·신안 주민들은 선뜻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홍업씨의 출마에 대한 비판을 감추지도 않았다. 신안군 섬마을 주민들이 오고 가는 목포 항동 여객터미널에서 만난 김상현(47·암태도)씨는 “디제이(DJ)가 선거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냥께”라며 혀를 찼다. 김씨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무안군수, 신안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떨어진 사실을 언급하며, “여그가 아무리 디제이, 민주당 본거지래두 맘에 안 들믄 외면해뿌려”라고 말했다. 무안읍에 사는 박진식(28·자영업)씨는 “김홍업은 아버지 빽 믿고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안 자은도에서 나락농사를 짓는다는 우아무개(75)씨도 “내가 자유당 때부터 야당하믄서 디제이고 한화갑이고 다 도와주고 그랐는디, 세습한다고 저거 아들을 공천항께 배신감 느껴서 (지지) 정당을 바꿔부렀어”라며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무안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성홍재(68)씨는 “(홍업씨에 대한) 악평을 보고 마음이 좀 흔들리기도 했지만, 깊은 마음에선 어떻게든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안 낙지골목 상인 김은희(40)씨는 “여그 사람들은 그래도 민주당으로 나오면 되겠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두 유력 후보가 모두 과거에 뇌물 관련 비리 전과가 있다는 점도 유권자들의 냉담함에 한 몫하고 있다. 김홍업 후보는 이권청탁 대가로 불법 자금을 받아 징역을 살았고, 이 후보는 군수 시절 인사청탁 대가로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무안에 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최악이냐 차악이냐 하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무안·신안/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DJ 선거도 아니고…” 민심은 아직 싸늘
이재현 후보쪽 “세습정치” 비판 날 세워 뜨거운 선거전=김홍업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인사들이 총출동해 ‘호남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해 등장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분신’ 격인 박지원 비서실장도 동행했다. 이씨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우리 아들 홍업이를 반드시 당선시켜서 국회로 보내 달라. 제 남편을 대통령까지 만들어주신 신안·무안 주민들에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승리의 그날까지 수고해달라”며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배기선·서갑원·윤호중 열린우리당 의원, 이강래·전병헌 통합신당모임 의원도 찾아와 “우리는 하나”라고 거들었다. 김옥두·이훈평·윤철상 전 의원 등 동교동 가신들도 오랫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홍업 후보는 연설에서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 때로는 동지로, 민주화와 정권 교체에 온몸을 바쳤다”며 “무안·신안의 발전을 해내고 민주평화세력 대통합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정계개편을 추진중인 민주당은 특히 절박해 보였다. 박상천 대표는 “김 후보가 떨어지면 민주당은 통합 작업을 주도할 수 없고 쇠퇴의 길로 갈 것”이라며 ‘올인’을 선언했다. 박 대표는 “김 후보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것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는 인물”이라면서도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은 무안·신안의 경제 발전과 민원 해결에 적합하다”고 추어 올렸다. 홍업씨의 전략공천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이상열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은 열린우리당도 ‘김홍업 당선’에 발벗고 나섰다. 박복래 열린우리당 신안·무안 당원협의회장은 지원 유세에서 “민주당은 큰 집이고, 열린우리당은 작은 집인데, 오늘 큰 집으로 통합됐음을 보고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 쪽은 김 후보가 8.5%포인트 앞선 지난 10일 목포엠비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초기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민주당 후보로 인식되면서 바닥 민심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의 이재현 후보 쪽도 필사적이다. 이 후보는 민선 1·2대 무안군수를 지낸 경험과 탄탄하게 갖춰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김홍업 공천은 세습정치”라는 비판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당원 700여명과 함께 탈당했다. 이 후보 선거사무소의 백경호 행정실장은 “민심은 이미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우리가 10%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12일 전남 목포 여객터미널 앞 김홍업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해 김홍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씨 오른쪽에 박상천 대표, 그리고 한 자리 건너에 김홍업씨가 앉아 있다. 목포/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싸늘한 반응=겉으로 드러난 선거전의 뜨거운 양상과 달리 지역 민심은 차분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했다. 지난 11~12일 만난 무안·신안 주민들은 선뜻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홍업씨의 출마에 대한 비판을 감추지도 않았다. 신안군 섬마을 주민들이 오고 가는 목포 항동 여객터미널에서 만난 김상현(47·암태도)씨는 “디제이(DJ)가 선거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냥께”라며 혀를 찼다. 김씨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무안군수, 신안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떨어진 사실을 언급하며, “여그가 아무리 디제이, 민주당 본거지래두 맘에 안 들믄 외면해뿌려”라고 말했다. 무안읍에 사는 박진식(28·자영업)씨는 “김홍업은 아버지 빽 믿고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안 자은도에서 나락농사를 짓는다는 우아무개(75)씨도 “내가 자유당 때부터 야당하믄서 디제이고 한화갑이고 다 도와주고 그랐는디, 세습한다고 저거 아들을 공천항께 배신감 느껴서 (지지) 정당을 바꿔부렀어”라며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무안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성홍재(68)씨는 “(홍업씨에 대한) 악평을 보고 마음이 좀 흔들리기도 했지만, 깊은 마음에선 어떻게든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안 낙지골목 상인 김은희(40)씨는 “여그 사람들은 그래도 민주당으로 나오면 되겠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두 유력 후보가 모두 과거에 뇌물 관련 비리 전과가 있다는 점도 유권자들의 냉담함에 한 몫하고 있다. 김홍업 후보는 이권청탁 대가로 불법 자금을 받아 징역을 살았고, 이 후보는 군수 시절 인사청탁 대가로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무안에 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최악이냐 차악이냐 하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무안·신안/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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