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합동참모차장, 공군참모총장한테서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고 환담을 하던 도중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안’ 정면 대립
‘4년 대통령 연임제 개헌안’을 두고 청와대와 국회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국회 각 정파가 오는 16일까지 18대 국회 개헌을 국민 앞에 당론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18일에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고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대다수 정당들은 “대통령이 오기로 개헌안을 발의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국회의 모든 정파가 ‘개헌 유보’에 뜻을 모은 상황이라,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통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노 대통령 ‘6당 합의 수용·개헌 유보 해석’ 분노
열린우리 “정치권 합의 존중해야…갈 길 바쁜데”
야권 “발의 땐 부결…국회 연설 못할 수도” 냉담 청와대 왜 강경으로 돌아섰나=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정무관계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각 정파가 개헌을 당론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17일 개헌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18일 정식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늦어도 월요일(16일) 오전까지 차기 국회의 개헌에 대한 당론 및 대국민 약속을 진정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형태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청와대는 개헌 발의를 위한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고, 대통령의 국회 연설문 작성도 끝냈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포함한 6개 정파의 ‘발의 유보’ 요청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정과 내용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윤승용 대변인은 “문 실장 제안은 (협상을 위한) 조건에 방점이 있었지 (개헌발의) 유보는 아니었다. 언론이 청와대 흐름을 잘못 해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하룻만에 정치권과의 대화 노력을 닫으면서 최후 통첩을 날린 데엔, 정치권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신과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국회에서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했을 때, 노 대통령은 이미 정치권이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개헌 발의권을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도 없이 ‘개헌 유보론’을 주도한 데 상당히 화가 나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정치권이 차기 국회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을 하겠다는 당론을 확약해주면 임기내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이었다. 그런 진심조차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권에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곤혹스런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표면적으로는 ‘16일까지 당론추인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원내대표 합의 사항은 당론으로 추인하는 것이 당연하다. 청와대가 용단을 내린 것이니 개헌 갈등으로 야기될 국정 파행을 막자는 공동의 목표에 충실하자”고 논평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개헌 문제에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당직자는 “모처럼 정치권이 (개헌 유보의) 합의를 이뤘는데, 청와대가 그런 점들을 고려해 줘야 한다. 원내대표들의 합의가 일개 국회의원 개인 의견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범여권 통합 문제로 갈 길이 바쁜 형국인데, 청와대가 또다시 열린우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발의하면 부결시키겠다’=한나라당을 비롯해 다른 당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라고 폄하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겠다고 하면 안된다. 18일에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해도 신경 안쓴다. 부결시키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6개 정파가 17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합의했는데, (발의한다는 게) 무슨 얘기냐. 우리가 개헌발의를 유보할 수 있는 명분을 드렸는데, 청와대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오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려 해도 국회에서 의사일정을 안잡아주면 연설 못한다. 왜 의회 권력을 이기려고만 하나. 국민의 뜻을 넘어서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태희 신승근 조혜정 기자 hermes@hani.co.kr
노 대통령 ‘6당 합의 수용·개헌 유보 해석’ 분노
열린우리 “정치권 합의 존중해야…갈 길 바쁜데”
야권 “발의 땐 부결…국회 연설 못할 수도” 냉담 청와대 왜 강경으로 돌아섰나=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정무관계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각 정파가 개헌을 당론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17일 개헌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18일 정식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늦어도 월요일(16일) 오전까지 차기 국회의 개헌에 대한 당론 및 대국민 약속을 진정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형태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청와대는 개헌 발의를 위한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고, 대통령의 국회 연설문 작성도 끝냈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포함한 6개 정파의 ‘발의 유보’ 요청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정과 내용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윤승용 대변인은 “문 실장 제안은 (협상을 위한) 조건에 방점이 있었지 (개헌발의) 유보는 아니었다. 언론이 청와대 흐름을 잘못 해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하룻만에 정치권과의 대화 노력을 닫으면서 최후 통첩을 날린 데엔, 정치권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신과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국회에서 개헌안 발의 유보를 요청했을 때, 노 대통령은 이미 정치권이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개헌 발의권을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도 없이 ‘개헌 유보론’을 주도한 데 상당히 화가 나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정치권이 차기 국회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을 하겠다는 당론을 확약해주면 임기내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이었다. 그런 진심조차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권에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민생정치모임 의원(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열린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에서 협정 체결에 관한 국회 청문회 개최 절차에 대해 의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곤혹스런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표면적으로는 ‘16일까지 당론추인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원내대표 합의 사항은 당론으로 추인하는 것이 당연하다. 청와대가 용단을 내린 것이니 개헌 갈등으로 야기될 국정 파행을 막자는 공동의 목표에 충실하자”고 논평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개헌 문제에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당직자는 “모처럼 정치권이 (개헌 유보의) 합의를 이뤘는데, 청와대가 그런 점들을 고려해 줘야 한다. 원내대표들의 합의가 일개 국회의원 개인 의견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범여권 통합 문제로 갈 길이 바쁜 형국인데, 청와대가 또다시 열린우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발의하면 부결시키겠다’=한나라당을 비롯해 다른 당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라고 폄하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겠다고 하면 안된다. 18일에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해도 신경 안쓴다. 부결시키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6개 정파가 17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합의했는데, (발의한다는 게) 무슨 얘기냐. 우리가 개헌발의를 유보할 수 있는 명분을 드렸는데, 청와대가 그렇게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오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려 해도 국회에서 의사일정을 안잡아주면 연설 못한다. 왜 의회 권력을 이기려고만 하나. 국민의 뜻을 넘어서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태희 신승근 조혜정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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