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전폭 지원에 열세 극복
“민주세력 대통합 밀알” 포부 밝혀
“민주세력 대통합 밀알” 포부 밝혀
25일 치러진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낙승한 민주당의 김홍업 (57) 당선자는 “지역 발전과 평화민주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밤 무안읍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웃음 띤 얼굴로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김씨는 이번 선거에서 애초 예상과 달리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무소속 이재현 후보를 따돌렸다. 그는 “승리로 보답하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내주신 기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씨는 선거 초반 ‘권력 대물림’이라는 따가운 여론 때문에 고전했으나, 종반에 접어들며 열세를 딛고 결국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민주당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방문했고, 어머니 이희호씨가 두 차례나 현지를 방문해 측면 지원한 것이 도움이 됐다. 김씨는 애초 부정적인 여론이 반전된 것은 “지역발전과 민주세력 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큰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직 아버지와 통화하지 못했다. 내일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향후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일정한 구실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김씨는 “앞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 말씀을 듣겠다”며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이번 선거에서도 저의 승리를 통해 확인된 만큼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디제이의 정치적 메신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정치를 떠난 분이시다. 이제 국회의원 김홍업으로 봐 주시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이번에 당선됨에 따라 형 홍일씨와 함께 형제가 잇달아 ‘금배지’를 달게 됐다. 김씨는 대학 졸업 뒤 한때 출판사와 한약재 수입상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으나,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때 형과 함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이후 망명길에 오른 아버지를 따라가 미국에서 지냈고, 87년 대선 때부터 정치광고 기획사를 차려 아버지를 도왔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2년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6개월을 감옥에서 지냈다.
김씨의 당선에 대해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도형 사무처장은 “한마디로 정치 역사의 후퇴다. 수구정권의 연장선상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을 명분을 잃었다”고 말했다. 임락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정치에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안/정대하,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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