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경기 화성(국회의원)과 충남 서산(기초단체장) 말고는 대부분 지는 것으로 나오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어제(24일) 밤까지만 해도 당 자체 조사로는 대전 서을, 전남 신안·무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서울 양천구청장 빼고는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하루 사이에 확 바뀌었다”며 낙담했다.
강재섭 대표와 황우여 사무총장, 이강두 최고위원,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는 밤 10시20분께 당사 개표상황실을 찾았다. 이들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10분 남짓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강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참담한 결과”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국민들이 공천 잡음을 보면서 거의 잊어가던 ‘차떼기당’이라는 옛날 한나라당 이미지를 다시 떠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당 지지율이 40~50%라지만, ‘반한나라당’ 구도가 형성되면 50~60%가 한나라당을 반대한다는 얘기 아니냐. 이대로는 대선에서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당사 개표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은 채, 개표 윤곽이 잡힐 무렵 짤막한 논평만 냈다. 이 전 시장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앞으로 당을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만·부패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다.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천막당사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출발하겠다”고 밝혔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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