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서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다가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민주-열린우리, 통합 주도권 잡으려…“구태정치” 지적
4·25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홍업 의원(민주당)을 향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구애’가 뜨겁다.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 26일 김 의원한테 정세균 의장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당선 뒤 첫 행선지로 아버지의 동교동 집을 찾은 터였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별도로 내지 않고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으나, 만남은 무산됐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자마자 열린우리당 의장과 만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결국 정세균 의장한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열린우리당이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자리가 될 수 있었는데, 만남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김 의원을 ‘디제이의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게 앞으로 통합을 언급할 때 ‘중도개혁세력’이란 표현을 반드시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당헌으로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선거 때는 전략상 ‘평화민주세력’이라는 말을 썼지만,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선거 때와는 정치적 상황이 다른 것 아니냐”며 “중도개혁세력이란 말은 디제이가 당 총재 시절부터 당헌으로 썼던 표현이므로 그에 따라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이런 구애는 ‘김 의원=디제이=호남 민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범여권 통합 논의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정치적 정당성을 덧칠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김 의원에 대해 ‘세습 출마’라는 등의 비판적 시각이 만만하지 않았던 터여서 김 의원을 끌어들이려는 두 당의 시도가 오히려 ‘구태정치’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그는 자신을 ‘디제이의 아들’이 아닌 ‘국회의원 김홍업’으로 봐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동교동 방문 뒤 “통합과 관련한 (아버지의) 말씀은 없었다. 이제는 당원으로서 책임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음달 중순까지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 지역에 머물며 선거로 나타난 흩어진 지역 민심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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