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을 마친 대선 주자들이 시민들과 인사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부터)의 모습이 보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여야 대선 주자들이 24일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일제히 참석해 ‘불심 잡기’ 경쟁에 나섰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법요식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김혁규·김원웅 의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조계사에 들어서면서 식장에 참석한 6천여명의 신자들을 향해 합장을 하거나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이명박·박근혜·손학규·정동영·김근태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매달려 있었다.
내빈석에 나란히 앉은 대선 주자들은 1시간 가량의 식이 끝날 때까지 서로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특히 최근 경선규칙을 놓고 맞붙었던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인사 외에는 서로 눈길도 주지 않으려 애쓰는 듯 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 끼어앉은 정동영 전 의장이 두 사람에게 “(같이 앉도록) 자리를 바꿔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괜찮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경내를 가득 메운 신자들은 대선 주자들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로 환호했고, 식이 끝난 뒤에는 퇴장하는 대선 주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식이 끝난 뒤, 종정인 법전 스님을 별도로 만나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선 주자들은 식장에 들어서면서 취재진들에게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부처님의 자비’만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부처님의 자비가 온 국민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는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진리에서 떠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 화해상생의 뜻을 담아 융화동진(모두 화합해 함께 전진함)의 뜻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했고, 정 전 의장은 “부처님의 자비가 온누리에 퍼져 모든 분들이 성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