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평가포럼 조직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주자들을 향해 격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반응은 묘하게 엇갈린다. 대체로 범여권 주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 비해, 박근혜 전 대표 쪽은 상대적으로 대응 수위가 낮다.
이 전 시장은 지난 3일 “대통령께서 말을 좀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며 직접 일침을 놓았다. 또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 주치의를 정신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등 측근 인사들의 반응도 격했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 쪽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박 전 대표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강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괘념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그렇다면 왜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대연정을 하자고 그랬느냐. 앞뒤가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두 주자의 반응이 사뭇 다른 데엔 당내 경선을 둘러싼 전략의 차이가 깔려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노 대통령과의 싸움이 당내 관심을 외부로 돌릴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박 전 대표 쪽은 노 대통령이 부각되면 이 전 시장과의 경선 싸움이 묻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전 시장 캠프의 핵심 의원은 “노 대통령의 공격이 이 전 시장에게 집중된 측면도 있지만, 당내 운하 논쟁을 외부로 돌려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우리로선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인사는 “지난달 29일 정책토론회 이후 확대되는 대운하 논쟁이 노 대통령 발언으로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은 4일 일제히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나쁜 대통령으로 ‘역사의 제단’에 서고 싶지 않으면…”(권영길 의원), “‘독재자의 딸’과 대연정을 추진한 것부터 해명하라”(노회찬 의원), “서민을 배신한 유다로 기억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심상정 의원) 등 표현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더 노골적이다. 노 대통령이 민주노동당을 “집권능력 없는 정당”이라고 폄하한 데 대한 반발이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대선 국면에서 유리하다는 민주노동당의 기본 시각이 녹아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여권’ 주자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건, 노 대통령과 정면으로 싸워봤자 득 될 게 없다는 경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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