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대통령 선거중립 의무 조항의 위헌 요소를 주장하며 전날 중앙선관위 결정에 반발하자, 선관위는 내심 못마땅해하면서도 또다른 파장을 우려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이 선거법 관련 발언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이번 발언이 또다른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불거지거나 노 대통령이 실제 권한쟁의 심판청구나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선관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선관위를 좀 믿고 내버려뒀으면 좋겠다”며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 요청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 보장과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가 모순된다지만, 우리는 ‘선거’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이 법을 어겼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선거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대통령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위헌 요소가 있다고 해도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야만 헌법소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또다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또 고발장이 접수된다면, 그때 가서 이번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선관위원 전체회의 소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중앙선관위의 한 고위 간부는 “대통령의 발언에 선관위가 어떻게 일일이 대응할 수 있겠냐”며 “검토를 거쳐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