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후보가 지난 22일 방문했던 낙동강염막 둔치 흙. 을숙도 남단 갯벌과 같은 개흙이다. 수질오염이 진행되긴 했지만, 개흙의 색깔이 수질오염 영향으로 시커멓게 됐다고 보긴 어렵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후보 “낙동강 오염, 토양 썩어”
환경단체 “갯벌 흙은 원래 검다”
환경단체 “갯벌 흙은 원래 검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가 지난 22일 부산 낙동강을 방문해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상적인 갯벌흙을 ‘오염된 흙’이라고 말하는 등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주장을 했다고 환경운동연합이 정면 반박했다.
24일 환경연합이 낸 논평을 보면, 이 후보는 지난 22일 부산 낙동강 하구 염막 둔치를 찾아가 검은 흙을 삽으로 떠보이며, “수질 오염 때문에 토양이 썩었다. 만일 부산시민들이 이 속이 다 썩은 흙을 보면 놀랄 것”며 “이래서 낙동강 물을 식수로 믿고 못 마시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후보는 이런 내용을 이날 오후 사상구에서 열린 ‘부산미래포럼’ 강연에서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환경연합은 “이 후보가 보여준 염막 둔치의 ‘검은 흙’은 수질 오염으로 썩은 것이 아니라, 갯벌의 흙이기 때문에 검은 색을 띤 것”이라며 “강 중상류에서는 강변이 모래밭으로 돼 있지만, 하구는 바다의 영향을 받아 새만금 갯벌처럼 검은 갯벌흙으로 이뤄져 있다”고 반박했다. 환경연합은 또 “부산 시민들은 염막 둔치에서 30km 상류에 있는 물금·매리 취수장의 물을 마시는데도 마치 염막 둔치 부근 물을 마시는 것처럼 말해 수돗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또 이 후보는 이날 “하천을 준설하지 않아 하상에 퇴적된 오염물로 인해 녹조 현상이 발생한다”며 “운하를 건설하면서 하상을 준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환경연합 최수영 생태도시팀 국장은 “염막 둔치 부근의 낙동강 오염은 중류 이하의 산업단지와 비점 오염원(농약·비료 등), 높은 온도, 하구둑으로 인한 느린 유속이 주요 원인”이라며 “운하를 건설해 10개 이상의 보를 만들면 물이 고여 오히려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경연합 이철재 물하천센터 국장도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한강의 팔당호·경안천을 준설하자는 의견에 대해 이미 환경부가 ‘하천을 준설해도 수질 개선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지난 20일 이명박 후보 캠프와 합의한 ‘공동 토론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모두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의 비판에 해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썩어서 검게 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 주변이 오염된 것은 사실”이라며 “부산 시민들이 염막 둔치 부근의 물을 마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오염된 낙동강 물을 마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운하를 건설하면서 하천 준설만 하는 게 아니라, 중·상류의 오염원 차단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낙동강 하구 및 부산 취수장 위치 지도.
환경연합의 비판에 해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썩어서 검게 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 주변이 오염된 것은 사실”이라며 “부산 시민들이 염막 둔치 부근의 물을 마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오염된 낙동강 물을 마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운하를 건설하면서 하천 준설만 하는 게 아니라, 중·상류의 오염원 차단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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